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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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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입력
2010.07.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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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선배. TV뉴스에서 분노로 이 악물고 울음을 참는 선배의 모습을 보다 제가 먼저 울고 말았습니다. 그해 ‘마산의 시월’이 긴 악몽처럼 지나갔습니다. 역사는 그 날을 ‘10ㆍ18 부마항쟁’으로 이름하고 있지만, 그때 뜨거운 꽃이었던 우리에게는 치유되지 않는 상처와 끝나지 않는 통점일 뿐이었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1979년 부마항쟁 진압·수사 과정에서 군경의 가혹행위를 인정했기에 진실이야 밝혀지겠지만, 30년이 지나도록 방치됐던 군홧발에 짓밟혔던 그 시간과 쉽게 화해가 가능할까요? 선배.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서 물고문과 성추행을 당시 스물세 살 가냘픈 여자의 몸으로 견뎌주었기에 우리는 이길 수 있었고 결국 박정희 정권은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그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선배가 겪어야 했던 후폭풍 같은 고통에 대해 질곡의 역사가 선배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 C선배. 저는 선배가 그 분노와 싸우며 두 아이의 자상한 어머니로, 당당한 여성인권운동가로 당신의 자리를 지켜온 것에 존경을 박수를 보냅니다. 선배는 그때도 지금도 저의 ‘멘토’라는 것도 고백합니다. ‘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내 일생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自由여.’ 폴 엘뤼아르의 시 ‘자유’를 선배의 순결한 눈물 앞으로 보내며.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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