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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천둥번개 치는 밤의 구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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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천둥번개 치는 밤의 구구단

입력
2010.07.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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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번쩍번쩍 스치는 번개에 잠을 깼다. 잠이 덜 깼지만 나는 손가락으로 하나, 둘, 셋을 헤아렸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가? 번개가 치고 즉시 천둥소리가 나면 아주 가까운 곳에 번개가 떨어졌고, 숫자를 헤아려 셋이 넘어가면 번개 떨어지는 곳이 1㎞쯤 밖이 된다고 했다. 들판에서 번개를 만났을 때 큰나무 밑으로 피해도 안 되고, 밭두렁 아래 낮은 곳에 엎드려야 한다고도 배웠다. 번개가 치고 3~7번 사이에 천둥이 울렸다. 아마 번개는 솥발산, 천성산 쪽에 떨어지고 있나 보다. 1시간 가까이 번개와 천둥이 만들어내는 우주의 불꽃놀이를, 우주의 교향곡을 보고 들었다. 하늘은 ‘천단법석’ 중이었지만 오랜만의 천둥번개가 반가웠다. 내 친구 중에 동요작가 백창우가 있다. 그가 짓고 작곡한 동요 중에 ‘내 이름은 무섬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 동요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르르 쾅쾅 번쩍 천둥번개가 치고/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밤엔/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구구단을 외운다.’ 한동안 내 휴대폰 컬러링으로 연결해 놓았는데 반응이 좋아 여러 사람에게 선물을 하기도 했다. 나도 무섬이처럼 이불을 뒤집어쓰고 구구단을 외워본다. 2단부터 9단까지 외워본다. 훗날 손자손녀를 얻어 할아버지가 된다면 천둥번개가 치는 날 구구단을 외우는 이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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