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는 유행을 많이 탄다. 교보문고 영등포점의 여행서 담당 북마스터 오형욱씨는 “경기침체의 영향인지 지난해부터 해외여행보다 국내여행서가 많이 나오고 많이 팔린다”고 전했다. 그는 “알려진 명소와 관광지를 주로 소개하던 데서 벗어난 지는 꽤 됐다”며 “여행 전문 작가가 아닌 아마추어의 여행서가 많아졌고, 단순히 정보를 소개하기보다 여행 에피소드 등 개인적 체험을 담아 감성과 정보를 결합한 여행서가 인기”라고 덧붙였다.
여행서는 진화 중이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갈수록 다양화, 세분화하고 있다는 점. 가이드북만 해도 한 나라를 두루뭉술 소개하는 단계는 지났다. 특정 도시, 그 중에도 특정 지역을 정해 자세히 소개하는 책이 많아졌다. 테마 여행서의 주제는 더 다양해졌다. 오래된 아이템인 맛집 기행 외에 와인, 빵집, 막걸리, 서점, 카페, 박물관, 사찰 기행 등 주제가 분화를 거듭하고 있다. 여행 방식이 다양해짐에 따라 요즘 여행서는 같은 곳이라도 비행기 여행 외에 걷기, 자전거, 오토바이, 버스, 지하철 여행 안내서가 따로 나오고 있다.
특히 느림의 미덕을 찬양하는 경향이 걷기 여행 붐으로 이어지면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제주 올레길 걷기 여행서는 가히 봇물을 이루고 있다. 많이 돌아다니는 여행보다 천천히 한 곳에 오래 머물며 즐기는 여행을 권하는 책이 많아진 것도 예전과 달라진 점이다. 누구와 함께 여행하느냐에 따라 가족여행, 홀로 여행, 친구와 여행하기 등으로 초점을 달리 한 책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가족끼리 자연 속에서 즐기는 캠핑여행 소개서도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교보문고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여행서 베스트셀러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여행서 최고 인기 작가는 한비야다. 상위 30위 목록 중 등 그의 책이 4권이나 된다. 올해 상반기 집계 10위 안에 든 알랭 드 보통의 , 이병률의 , 서명숙의 은 여러 해 동안 필독서처럼 사랑받으며 꾸준히 팔리고 있다.
여행서의 변화를 부를 최신 요인은 스마트폰의 보급과 전자책 대중화다. 두툼한 여행서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스마트폰 하나로, 또는 전자책 단말기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모바일 다운로드 시대를 맞아 여행 가이드북의 대명사로 통하는 은 스마트폰의 위치 인식 기술을 결합한 온라인 서비스를 미국에서 시작했다. 영국의 유명 출판사 돌링 킨더슬리는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의 내용 중 독자가 원하는 정보만 내려받아 자신만의 가이드북을 만들 수 있는 사이트(http://traveldk.com)을 열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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