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지음
한겨레출판 발행ㆍ304쪽ㆍ1만1,000원
2006년 계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소설가 최진영(29ㆍ사진)씨의 첫 장편으로, 올해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이 소설은 ‘진짜 엄마’를 찾으려는 한 소녀의 오디세이다. 소녀는 가족들에게 가혹한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 남편의 폭력을 고스란히 견디는 엄마를 ‘가짜 부모’로 단정하고 집을 떠난다.(하지만 이렇게 시작된 소녀의 유랑은 자발적인 가출이 아니라 부모의 유기에 의한 것이었음이 소설 결말부에서 충격적으로 밝혀진다)
먼저 자신을 살뜰하게 대하는 술집 종업원 장미언니에게 의탁했던 소녀는 언니가 인텔리인 체하며 무위도식하는 애인 백곰에게 지독한 학대를 받는 것을 목격하고 언니를 진짜 엄마로 여겼던 제 마음을 접는다. “그런 사람(장미언니)은 나의 진짜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 엄마가 가짜가 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가짜 엄마는 그냥 맞고만 있었다.”(54쪽)
백곰의 발등에 칼을 꽂고 소녀는 다시 길을 떠난다. 강원 태백에서 국숫집을 하는 할머니, 부랑자들을 상대로 사역하는 목회자, 재개발지역 폐가에서 은둔하는 남자를 거쳐 전국을 떠도는 각설이패에 이르기까지 소녀의 동거인들은 계속 바뀌지만, 어느 누구도 소녀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진 못한다. 할머니는 전 재산인 식당을 사업 밑천으로 내놓으라는 아들의 뻔뻔한 요구를 물리치지 못해 소녀를 서울로 보내고, 80년 광주의 기억을 끝내 떨치지 못하고 전도유망했던 법대생에서 인생 낙오자로 추락해가는 폐가 남자는 소녀는커녕 제 한 몸 추스르기도 버겁다.
소녀는 진짜 엄마를 찾아 평화를 누리고자 한다. 하지만 그녀가 바라는 평화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나는 엄마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원래 내가 살던 곳.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게 안락한 그곳에 다시 들어가 죽을 때까지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206쪽) 자궁으로 되돌아가려는 소녀의 오디세이는 실패가 예정된 것이고, 그녀는 결국 이렇게 토로한다. “진짜 엄마는 거리에 널렸다. 아무나 붙잡고 엄마라고 부르면, 그는 내 엄마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순식간에 버려질 것이다.”(280쪽)
파국을 향해 가는 소녀의 오디세이를 통해 작가 최씨는 우리 사회 그늘진 현실의 순례를 넘어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비정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자기 파괴로 치달아가는 소녀의 삶은 독자를 고통스럽게 하다가 종국엔 ‘’라는 풀기 힘든 질문으로 끌어간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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