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쏟아진 16일 외국의 젊은이 200여명이 남북한 분단의 현장을 찾았다. 고려대가 ‘2010학년도 국제하계대학’ 수강생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 경기 파주시의 임진각과 도라전망대, 제3땅굴, 도라산역 등을 5시간여 동안 둘러본 이들은 굳은 표정을 내내 풀지 못했다. 수많은 남북의 군인과 전투장비가 쌍방을 겨누고 있는 대치 현장의 무거운 분위기를 실감한 것이다. 그들은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로서의 아픔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포르투갈에서 온 페드로 마르케스(24)씨는 임진각 북한관에서 북한의 생활상을 담은 자료를 본 후 “이렇게 가까운 땅을 서로 오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전쟁 후의 폐허를 세계 경제 강국으로까지 발전시켰는데도 그 상처가 이렇게 분단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온 루타 맥허넌(28)씨는“독일 역시 분단의 아픔을 가지고 있어 한국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어서 빨리 통일이 돼 남북한이 진정한 하나가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그는 통일이 된 지 20년이 다 됐지만 동독과 서독 출신을 따지는 경향이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통일 후유증을 우려하기도 했다.
외국인 학생 가운데는 집안어른이 각각 유엔군과 중공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국과 중국학생이 끼어있어 눈길을 끌었다. 리아 마리 킹(23ㆍ여)씨는 할아버지가 미군으로, 양치차우(22)씨와 후유(21)씨는 각각 외할아버지와 조부모가 중공군으로 참전해 당시에는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눴지만 이날은 달랐다. 분단의 아픔에 대해 같은 마음으로 안타까워했다. 킹씨는 “어릴 때 할아버지로부터 한국전쟁과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양국의 군사적 긴장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씨는 도라전망대에서 북한 땅을 바라보며 “할아버지가 추운 겨울 임진강을 건널 때 고생했던 말씀을 하시면서 꼭 한 번 한국에 다시 가보고 싶다고 하셨다”면서 남북 대치현장의 긴장감이 생각보다 심각해 놀랐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견학 후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린 전쟁의 결과가 결국 분단이라는 사실에 언뜻 무서움을 느꼈다”며 “전쟁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가 학생들은 제3땅굴 견학을 끝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며 한국의 통일을 한 목소리로 기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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