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기 TV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를 기획한 미국의 폴 슈어링(42) 감독이 영화 데뷔작 ‘엑스페리먼트’로 15일 개막한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았다. 감옥의 죄수와 간수 역할을 하는 실험에 참여한 보통사람들을 통해 폭력의 근원을 묻는 ‘엑스페리먼트’는 부천영화제 개막작이다.
슈어링 감독은 2005년 첫 전파를 탄 ‘프리즌 브레이크’로 이름을 드높였다. 죄수들의 감옥 탈출기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이 시리즈는 42개국에서 방송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시즌4까지 만들어졌고, 한국에서도 주인공 스코필드역의 웬트워스 밀러가 ‘석호필’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슈어링은 이 시리즈 원안을 만들었고 제작자와 각본책임자로도 일했다.
‘엑스페리먼트’도 감옥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슈어링은 “감옥에 특별한 관심이 있기보다는 독일의 동명 원작 영화가 놓친 부분을 더 잘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직업적인 의미에서 누군가의 돈 1,000만달러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프리즌 브레이크’로 부와 명예를 안았지만 그는 TV시리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표했다. “TV시리즈는 깊이 있는 메시지보다 즐기는 데만 목적을 두고 있다. 영화는 인간의 어둠을 다루는 등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니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것.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3, 4편은 제작사가 돈벌이를 위해 만들었다. 난 관여하지도, 보지도 않았다. 만들어져서는 안될 시리즈였다”고도 말했다.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고 싶다. 앞으로는 영화로 세련되고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며 “영화도 1억달러 가량 드는 블록버스터는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사가 개입하게 되고 영화의 예술적인 요소를 잃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좋아하는 영화감독을 묻자 그는 주저 없이 박찬욱 감독을 꼽았다. “‘올드보이’는 너무나 사실적이라 좋았다. 남자 주인공이 산 낙지를 먹는 장면도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고 실감나게 담았다”며 감탄했다. “한국영화는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심리 묘사를 잘하는 듯해 흥미롭다. 미국 영화는 어떤 틀에 갇혀 있으나, 한국영화는 매우 새롭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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