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해외 대기업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롯데그룹 계열 호남석유화학은 16일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기업 ‘타이탄(Titan Chemicals Corp. Berhad)’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호남석화는 이날 말레이시아에서 타이탄의 대주주인 챠오그룹 및 말레이시아 국가펀드와 타이탄의 주식 73%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호남석화는 앞으로 말레이시아 증권거래법에 따라 잔여 지분을 공개 매수, 지분율을 100%로 높일 계획이다. 타이탄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데는 1조5,000억 원 정도가 필요하며, 이는 올 들어 우리 기업이 외국 기업을 M&A 한 사례 중 최대 규모이며, 롯데그룹 역대 M&A 중에서도 최대 금액이다.
호남석화는 2003년 현대석유화학을 6,000억원에 인수하고 이듬해에 KP케미칼 지분 53.8%를 1,785억원에 사들인 지 6년 만에 석유화학 분야의 대형 M&A를 성사시켰다.
롯데그룹은 유통ㆍ식품ㆍ호텔 등 소비재 산업과 더불어 유화를 그룹의 핵심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한 셈이다.
롯데그룹은‘아시아 톱10’과 매출 200조원을 골자로 한 ‘2018 비전’을 추진, 지난해 47조원 수준인 그룹 매출을 2018년까지 연간 200조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있다. 이는 대형 M&A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이번 타이탄 인수는 공격적 M&A의 정점으로 평가 받고 있다.
롯데는 최근 2년 동안 4조원 이상의 돈을 투입하며 10개가 넘는 업체를 인수했다. 올 상반기에만 GS 백화점ㆍ마트(1조3,400억원), 바이더웨이(2,740억원), AK글로벌(2,800억원), 이비카드(1,500억원) 등을 사들였다.
호남석화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새로운 해외 시장 진출의 기틀이 될 것”이라며 “물류 요충지인 동남아 지역에 교두보를 마련해 지역별 생산 제품 계열화와 원료 구매, 판매 모두 면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장기적으로는 동남아 시장에 추가로 투자하고 중동, 북아프리카 등 원료를 싸게 구할 수 있는 지역에 생산 기지를 확보, 세계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호남석화측은 인수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 “현금을 1조3,000억원 정도 보유하고 있고 영업 이익도 꾸준히 나고 있어 자체 조달이 가능하다”며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회사채를 일부 발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타이탄은 말레이시아에서 폴리올레핀 시장 점유율 40%, 인도네시아의 폴레에틸렌 점유율 30%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액은 16억4,000만 달러였다. 이번 인수로 호남석유화학은 연간 에틸렌 247만 톤, 폴리에틸렌 180만 톤, 폴리프로필렌 138만 톤으로 생산 능력이 늘어난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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