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15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사기혐의 소송에 대해 5억5,000만달러(약 6,600억원) 합의금 지급에 동의했다. 이는 월가 금융기관 상대 사상최대 벌금이지만 지난해에만 133억달러를 벌어드린 골드만삭스에게는 너무 가벼운 제재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SEC는 골드만삭스가 지난 2007년 복잡한 파생상품을 고객에게 팔면서 고객이 손실을 입을 경우에 골드만삭스 관계자가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으면서도 이를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서 사기혐의로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골드만삭스 도 “정보 제공이 불충분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의도적이었다는 사기혐의에는 강하게 부인하면서 SEC와 절충을 모색해왔다.
SEC와 골드만삭스간의 합의가 법원의 승인을 얻을 경우 골드만삭스가 납부할 5억5,000만달러 중 3억달러는 벌금으로 2억5,000만달러는 관련투자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에게 배상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년 전 유사한 금융사와 감독당국간의 합의를 맨해튼 법원이 기각해 결국 벌금을 올린 적이 있어 법원의 판결이 주목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로버트 쿠자미 SEC 국장은 NYT에 “이번 합의는 월가 금융기관에 투자상품이 아무리 복잡해지더라도 기업이 정직한 대응과 공정거래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교훈을 안겨줬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합의가 미국인들 사이에서 고조되는 월가에 대한 반감을 가라앉히기에는 너무 약하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코르넬리우스 헐리 보스턴대 금융법 연구소장은 “이번에 납부할 벌금은 골드만삭스가 AIG 구제금융으로 정부로부터 받은 금액의 3%에도 못 미친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또 뉴저지의 한 금융전문가는 “소송합의로 골드만삭스가 얻게 될 이익은 주가상승분만 8억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