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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보고서 / "北, 마취 않고 외과수술 진행…마약성분藥 만병통치약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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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보고서 / "北, 마취 않고 외과수술 진행…마약성분藥 만병통치약 둔갑"

입력
2010.07.1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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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없이 외과 수술이 이뤄지고, 마약성분의 진통제가 만병통치약으로 변모해 유통되는 등 북한의 공공 의료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됐다는 국제앰네스티 보고서가 나왔다.

국제앰네스티는 15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발표한 '와해 상태의 북한 보건의료' 보고서에서 북한 의료시스템의 마비로 북한 주민의 건강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북한을 탈출한 주민 40명과 한국 내 의료 전문가들과의 면담을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마취제가 없어 맹장수술 등 외과 수술은 마취 없이 이뤄지는 등 의약품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면담에 참여한 탈북자 송모(56)씨는 "손 다리가 묶인 채 마취 없이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맹장 수술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결핵을 일반감기로 오진하는 일이 빈번한데다 제대로 된 의약품도 없어 환자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년 인구 10만 명 당 신규환자 344명이 발생해 현재 결핵 환자는 10만5,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러다 보니 시장에서 유통되는 마약 성분의 소염진통제가 복통, 설사, 홍역 등 여러 질병의 만병통치약으로 사용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 주사바늘은 끓는 물에 넣어 재활용하는가 하면 피하주사바늘은 소독 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의료시설은 노후화한데다 다수의 병원은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자랑하는 '무료 의료'라는 말도 무색하게 됐다. 면담자들에 따르면 1990년 이후 북한에서는 기본적인 의료 상담마저도 의사들이 담배와 술을 요구하는 등 돈이 없으면 병원에서의 치료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제앰네스티 노마 강 무이코 아시아태평양 조사관은 "북한의 무료 의료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됐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국내시민단체인 '좋은 벗들'을 인용, 올 1월과 2월 사이 평안남도 지역에서 수 천명이 굶어 죽었으며 2009년 12월 화폐개혁 이후 쌀 가격은 배 이상 폭등했다고 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에 따라 북한 정부에 ▦의료시설과 물품, 서비스가 공평하게 배분되도록 하고 보편적 의료보장을 이행할 것 ▦내부 식량부족을 인정하고 인도적인 국제지원을 수락할 것을 권고했다. 또 한국 등 북한의 주요 원조국에 대해서도 ▦대북 인도주의 지원이 정치상황이 아닌 북한 내 필요성에 기반해 제공할 것 등을 요구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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