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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선진화/ "더 이상 신의 직장이 아니다" 민간 출신 CEO들 혁신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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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선진화/ "더 이상 신의 직장이 아니다" 민간 출신 CEO들 혁신 경쟁

입력
2010.07.1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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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의 고삐를 조이면서, 그동안 ‘경쟁 무풍지대’에서 안주해 온 대형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혁신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안으로 조직을 슬림화하고 능력 위주의 인사제도를 정착시켜 내부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수익이 보장된 국내시장에서 과감히 벗어나 해외시장으로 진출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또 기존 기술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신사업 영역을 개척하기도 한다.

경영의 최일선에서 혁신을 선도하는 공기업ㆍ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들 중에는 주로 민간기업에서 오랫동안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출신이 많다. 자산총액 기준 1위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지송 사장은 현대건설 사장을 거쳤고,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유일하게 최고 등급(S)을 받은 한국전력의 김쌍수 사장은 LG전자 부회장을 지냈다. 세계적인 에너지기업으로 받돋움하는 가스공사의 주강수 사장은 현대종합상사 부사장, 최근 신기술 개발에 매진 중인 한국전력기술의 안승규 사장은 현대건설 부사장 출신이다.

이처럼 민간에서 다양한 경력을 거친 공기업 기관장들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정도의 강도 높은 경영 혁신을 추진하다 보니, 연공서열을 중시하고 기존의 사업 영역에서만 만족하던 공기업 특유의 내부 문화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덩치가 클수록 정부의 집중 감시 대상이 되는 만큼 변화의 바람은 대형 공기업ㆍ공공기관일수록 더 강하다. 한 대형 공기업의 간부는 “공기업 선진화가 추진되면서 적어도 우리 같은 큰 공기업에서는 과거와 같은 느슨한 분위기는 거의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며 ‘신의 직장’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손사래를 쳤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 한전 - 영원한 1등에 도전…현장 소통으로 '끝없는 혁신'

"이젠 '영원한 1등'을 향해 도전하자. 혁신 활동은 끝이 없는 여정이다."

김쌍수 한국전력(KEPCO) 사장이 최근 공기업 경영 평가에서 유일하게 최고 점수인 S등급을 받은 뒤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강조한 말이다.

사실 한전은 그 동안 전력 수요가 계속 성장해온 데다 전력 공급을 독점해온 터라 경영을 혁신해야 할 동기가 부족하단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김 사장 취임 이후의 한전은 오히려 공기업 혁신의 모범이 되고 있다.

김 사장은 먼저 한전의 사업소 조직을 통폐합, 비용중심에서 수익중심으로 사업부를 재편했다. 이어 그는 직군 체계 간소화와 전 간부직에 대한 공모제를 실시, '무한경쟁 보직제도'라는 인사 혁명까지 단행했다. 이 때문에 매년 50~60명이 무보직 상태에서 재교육을 받게 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일을 하는 방식도 '모두 헐고 다시 디자인한다'는 뜻의 TDR(Tear Down & Redesign) 도입 및 식스시그마 활동 등을 통해 해마다 4,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달성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혁신의 결과가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라는 쾌거로 이어지며 국가 위상까지 드높였다는 게 한전 설명이다.

특히 이러한 혁신 과정에는 직원과의 직접 소통을 중시한 김 사장의 '현장 경영 70% 철학'이 숨어 있었다. 그는 늘 현장에 문제와 답이 있다는 지론으로 현장을 수시로 방문했다. 찜질방을 찾아 함께 땀을 흘리면서 진솔한 대화를 나눈 '찜질방 토크'나 산을 오르면서 진행했던 '트래킹 토크' 등을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소통을 바탕으로 한 그의 한전 혁신이 어디까지 갈 지 지켜볼 일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한국전력기술-원전 종주국 美에 설계 수출 '기술력 혁신'

원자력발전소의 종합 설계 및 원자로 계통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한국전력기술은 항상 세계 최고의 기술력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일념으로 기술혁신에 몰두해 왔다. 1975년 설립 당시 국내 발전소 설계 기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짧은 시간 내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 설계기술 자립을 이뤄냈다. 고리ㆍ영광ㆍ울진 원전 등 총 20기에 이르는 원자력 발전소는 이 같은 노력의 산물이다.

한국전력기술의 기술 혁신은 비단 발전소 설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대형발전소 설계경험을 바탕으로 경부고속철도, 인천국제공항 등 국내 초대형 국책건설사업의 관리를 맡았다. 또 질소산화물 제거기술인 '저온탈질 촉매 시스템'를 자체 개발해 발전소, 소각시설 등에서 쓰이는 배출가스 제거 촉매를 국산화했다.

이 같은 기술 혁신은 이제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2005년에는 미국의 원전건설 프로젝트 기술 용역을 맡아 해외 진출을 시작했고, 2008년 AP1000(한국형 원자로의 일종) 패키지형 설계기술 용역계약을 미국 측과 체결, 우리가 처음 기술을 배운 원전 종주국 미국에 반대로 원전설계 기술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차세대 원전 모델인 신형 경수로 1400(APR1400)은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수출계약을 맺기에 이르렀다. 한국전력기술은 앞으로 기술개발 투자율을 매출액의 10% 선으로 유지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기술경쟁력 및 발전소 설계 원천기술 확보, 품질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20년엔 세계 5위권의 전력 플랜트 분야 메이저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 가스공사-포춘誌 존경받는 기업 선정… '자율경영 혁신'

한국 가스공사의 혁신 성과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8년 10월 취임한 주강수 사장은 '세계와 협력하며 국민과 함께하는 한국가스공사'를 비전으로 제시, 혁신의 선두에 섰다. 먼저 공기업의 존립 기반인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전국 40여 시ㆍ군에 천연가스를 추가 공급하는 한편 가스 자원의 안정적 확보 등 5개 과제를 진행했다.

그는 또 공기업에 대한 국민 불신 해소와 조직 경쟁력 제고를 위해 경영 효율화를 추진, 7본부 체제를 4본부로 바꾸고 임원 급여 삭감 및 부장급 이상 임직원의 급여반납 등도 실행했다. 올해부턴 팀장급 이상 전 직위(179개 보직)에 공개경쟁 시스템을 도입, 조직에 새 바람도 몰고 왔다. 2017년부터 러시아 천연가스를 연간 750만톤씩 도입키로 한 데 이어 이라크의 주바이르 및 바드라 유전 개발권을 수주한 것도 눈에 띄는 성과이다.

이와 함께 국내 사업 경험을 해외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1983년 창사 이후 27년간 국내 천연가스 공급 및 설비 운영 등을 맡아오며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 전문 인력 들을 활용, 해외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멕시코 만자니요를 비롯해 태국, 싱가포르, 중국까지 이러한 LNG 터미널 건설 현장이 전 세계에 퍼져있다.

이러한 혁신의 결과 한국가스공사는 자율경영 공사 기업으로 분류됐고, 올해에는 세계적 경제 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존경받는 기업'(The Most Admired)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 공기업으로선 유일하고 에너지 부문만 보면 세계 6위였다. 한국가스공사가 앞으로 또 어떤 혁신 성과를 내 놓을 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토지주택공사 공룡조직 빠른 융합에 성공 '투명한 혁신'

“몸에 맞지 않는 옷은 과감히 벗어 던져라.”

지난해 10월 자산 순위 2, 4위의 대형 공기업인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하나로 합친 한국토지주택공사(LHㆍ공기업 자산순위 1위)의 초대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이지송 사장의 일성이었다. 이름(기관명)이 바뀌고 체격(자산)도 커지고, 사는 곳(청사 통합)마저 달라졌기에, 과거에 입던 옷(조직 체계)를 그대로 입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사장이 추진한 경영 개혁의 첫 단계는 자연스레 조직ㆍ인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데 집중됐다. 개혁은 통합 공사가 출범한지 불과 3개월 만에 마무리된 속도전이었다. 우선 역점을 둔 것이 조직 슬림화. 6본부 3부문 1원 53처실이던 복잡다단한 조직을 6이사 3부문 45처실로 단순화했다.

인사도 파격의 연속이었다. 이 사장은 공기업 특유의 연공서열 문화를 단숨에 없애고 철저히 능력 위주로 인사 발령을 냈다. 1급 직위 3분의 1에 2급 팀장을 기용했고, 팀장ㆍ사업단장의 75%를 교체했다. 3급 직원이 직급을 유지하며 2급 팀장을 맡을 수 있도록 해, 능력만 있으면 언제든지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 받던 입찰 과정에서도 투명성을 강조해 뒷말이 나올 소지를 아예 없애 버린 것 역시 이 사장이 이뤄 낸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졌던 심사장 내부 상황마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외부로 생중계했다. “국민의 재산권을 다루는 기업의 직원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이 사장의 평소 지론에 따라, 비리 연루 직원을 가차없이 퇴출 조치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시행 중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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