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치러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이변은 연출되지 않았다. 일반국민 여론조사(30% 반영)를 제외하고 대의원 투표(70% 반영)만 놓고 보면 친이계와 친박계로 나눠진 계파 투표 행태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1인 2표제로 진행된 대의원 투표 결과를 살펴보면 친이계와 범친이계로 분류되는 후보 6명은 전체의 66.1%인 9,827표를 얻었다. 당 대표로 선출된 안상수 후보는 3,021표(20.3%)의 최다 득표를 기록, 계파와 조직표의 위력을 보여줬다. 안 대표는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을 비롯한 친이계 주류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범친이계로 분류되는 홍준표 후보도 두 번째로 많은 2,372표(15.9%)를 얻었다. 홍 후보는 친이계로부터도 많은 표를 얻었지만 친박계 일부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1,352표(9.1%)의 표를 얻으며 여성으로서 지도부에 자력으로 입성한 나경원 후보도 범친이계로 분류된다.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후보는 '권력 투쟁' 논란 등을 겪었지만 이명박정부의 창업 공신임을 내세우며 1,964표(13.2%)를 획득해 지도부에 들어갔다.
반면 당내 비주류인 친박계 후보 4명은 30.3%인 4,520표를 얻었다. 현재 당 소속 국회의원 168명 가운데 친이계가 90~100명, 친박계가 45~50명임을 감안하면 철저하게 계파 투표가 이뤄진 셈이다. 대의원 득표수를 보면 서병수 후보가 1,782표(12.0%)를 얻어 유일하게 최고위원 당선권에 들어갔다. 친박계인 이성헌 이혜훈 한선교 후보는 각각 1,301표(8.7%) 1,034표(6.9%) 403표(2.7%)를 얻으며 6위, 7위, 10위에 그쳤다.
초선 의원인 김성식 후보는 '초계파 쇄신' 후보를 내세우며 바람을 일으켰지만 결국 계파로 나눠진 조직 표에서 밀리면서 533표(3.6%)를 얻는데 그쳤다.
계파 투표가 재현되자 2012년 대통령후보 경선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가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계파 구조를 타파하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표에게 험로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현재는 높은 대중적 지지도를 바탕으로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친이계와 친박계의 세력 불균형을 극복하지 못하면 자칫 곤욕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인사들은 이날 친이계가 1위부터 4위까지 싹쓸이한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