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새 대표에 안상수 전 원내대표가 선출됐다. 안 대표는 어제 전당대회에서 조직표의 힘으로 여론조사에서 앞선 홍준표 의원의 추격을 뿌리쳤다. 나경원ㆍ정두언ㆍ서병수 의원이 두 사람의 뒤를 이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이들은 안 대표가 지명하는 2인의 지명직 최고위원, 김무성 원내대표, 고흥길 정책위의장과 함께 지도부를 이루어 집권 여당을 이끌게 된다.
박근혜ㆍ정몽준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실력자들이 빠지면서 한때 '도토리 키재기'라는 말까지 낳은 전당대회였지만, 새 지도부에 안겨진 권한과 책임은 어느 때 못지않게 무겁다. 2012년 총선 공천과 대통령 후보 경선이 새 지도부의 임기 중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앞으로 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당내 지위는 나날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런 지위 격상에 수반하는 책무의 내용과 우선순위도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당장 열흘 동안의 치열한 득표전이 남긴 감정의 응어리를 하루빨리 털어내야 한다. 비교적 조용한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던 당초의 예측과 달리 선거전이 열기를 띠어가면서 상호 비방과 인신공격이 난무했고, 때마침 불어 닥친 '영포목우회' 논란까지 복잡하게 뒤엉켰다. 전당대회를 통해 계파 간 갈등의 골이 메워지기는커녕 더욱 깊어진 모습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당내의 소통과 화합을 위한 지도부의 노력이 요구된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우선 과제로 떠오른 국민과의 소통ㆍ화해로 가는 선결 조건이기도 하다. 당내 소통과 화합을 이루지 못하는 집권당이 정부와 손잡고 국민을 향한 소통과 화합의 길에 나설 수 없다.
한나라당은 어제 '친박연대' 후신인 '미래희망연대'와의 통합 결의로 의석이 176석으로 8석이나 늘어났다. 그것이 몸집 불리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친박계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한 것이듯, 안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는 당내 소수파에 대한 배려에 힘써야 한다. 야당과의 대화와 소통도 그 연장선상에서 가능하며, 그런 구체적 행동이 쌓이고 정부의 실천의지가 맞물려야 비로소 정부ㆍ여당의 진의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해질 수 있다.
여당의 새 지도부 출범은 청와대와 내각이 새 진용을 갖추는 시기와 거의 겹쳤다. 그것이 국정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기회가 될지 여부는 새 지도부의 자세에 달렸다. 새 지도부의 출범이 당ㆍ정ㆍ청을 아울러 국정에 바람직한 변화를 부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책의 눈높이를 낮추어 국민 속으로 파고 드는 일도 그래야만 가능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