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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로드넘버원' 전쟁터 밖의 사람은 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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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로드넘버원' 전쟁터 밖의 사람은 소홀

입력
2010.07.1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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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을 넘어야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MBC 수목드라마 '로드넘버원'에서 6ㆍ25는 이념이 아닌 인간의 문제다. 연적관계인 이장우(소지섭)와 신태호(윤계상)는 평양에서 김수연(김하늘)을 만나려고 전투를 계속하고, 오종기(손창민)는 생존이 중요한 현실주의자다. 전쟁의 목적이 다른 그들은 전투마다 입장이 갈리고, 때론 주먹다짐을 할 만큼 갈등한다.

하지만 그들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 역시 전투다. 몇 분 전까지 싸우던 이장우와 오종기도 총알이 빗발치자 서로를 구해준다. '로드넘버원'에서 전쟁은 남한과 북한이 아닌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전쟁이고, 전우애는 서로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생존의지에서 나온다. 고지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이장우가 소속된 2중대의 모든 군인들이 갈등을 겪다 전투를 통해 조금이나마 서로를 신뢰하는 과정은 이 드라마의 지향점이다. 6ㆍ25전쟁을 거시가 아닌 미시적인 관점의 전투에 초점을 맞춰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의 문제를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이념이 아닌 인간의 이야기로 재구성한다.

이는 '로드넘버원'이 전투 장면의 스펙터클 못지않게 구체적인 전술을 세우는 과정의 갈등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초반이기는 하지만 '로드넘버원'은 이념이나 스펙터클의 강박에서 벗어나 인간과 전투의 디테일에 집중한 6ㆍ25 드라마가 될 가능성을 가졌다. 그러나 '로드넘버원'은 전투 바깥의 문제에서는 좀처럼 인간을 바라보지 못한다. 김수연의 오빠인 남로당원 김수혁(김진우)은 뚜렷한 이유 없이 이장우를 괴롭히고, 마치 이념에 미친 사람처럼 테러를 반복한다. 그의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평양으로 가는 김수연의 고민도 가족의 정으로만 설명된다. '로드넘버원'은 군인에 대해서는 깊은 접근을 보여주지만, 정작 그들이 '보고 싶은 사람'의 내면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장우는 사랑 때문에 전쟁을 시작했지만, 정작 이장우와 김수연의 사랑이 나올 때마다 긴 뮤직비디오처럼 이미지의 나열에 그친다. 이 드라마의 초반 부진은 전쟁 바깥의 사람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지루하고 뻔해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만큼 전쟁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반응이 좋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쟁을 치르는 인간을 보여주면서 정작 그들의 삶의 목표인 전쟁터 바깥의 사람을 소홀히 하면 이야기의 반을 버리고 가는 것과 다름 없다.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건 작은 전투를 위한 전술이 아니라 보다 큰 시야의 전략이다. '로드넘버원'에도 전쟁에 대한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한 건 아닐까.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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