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반민족인사들이 한일강제병합에 협조한 대가로 일왕으로부터 받은 돈, '은사금(恩賜金)'은 얼마나 될까.
12일 모든 조사활동을 마무리한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그간의 활동내용을 정리해 발간한 역사 단행본 '친일재산에서 역사를 배우다'를 통해 14일 그 내역을 공개했다. 의외로 나라를 팔아먹은 이른바 을사오적보다는 조선황족 출신이 훨씬 많은 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사금을 가장 많이 받은 친일인사는 병합조약 체결에 직접 참여한 궁내부 대신 이재면으로, 83만엔을 받았다. 당시 1엔의 현재가치는 약 2만원으로 166억원에 달한다. 순종의 장인으로 후작인 윤택영이 50만4,000엔(100억8,000만원)을 받아 뒤를 이었다. 반면 대표적 매국노로 백작 작위의 이완용은 15만엔(30억원), 자작 작위였던 송병준은 10만엔(20억원)의 돈을 받았다. 1920년 당시 고급관료인 주임관 1급의 급료는 3,100∼4,500엔으로 일왕의 은사금이 얼마나 큰 규모로 지급됐는지 엿볼 수 있다.
조사위 관계자는 "이재면은 황족에다 병합에도 적극 가담했고, 윤택영도 황가쪽 인사라 신분적인 이유가 반영된 것"이라며 "대한제국 황실이 자발적으로 한일병합에 동조했다는 정당성을 대내외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일본이 왕실 인사들에게 호의를 베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사금은 신분과 귀족 작위, 일제에 대한 공로, 대한제국 황실과의 관계 등을 토대로 결정됐다. 황족 출신은 다른 신분에 비해 액수가 컸으며 귀족들도 작위가 높을수록 은사금도 많았다. 가장 낮은 작위인 남작은 대개 2만5,000엔(5억원) 정도를 받았다. 또 같은 작위라도 공로에 따라 액수가 달랐으며 병합에 대한 공로가 인정된 일반 출신 관리도 은사금을 챙겼다.
조사위 관계자는 "반민족인사들은 은사금 외에도 일제와 유착해 따낸 각종 특혜로 부를 축적했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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