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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모형 PF사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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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모형 PF사업의 위기

입력
2010.07.1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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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국제업무단지의 토지대금 납입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위기가 문제였지만 이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 수익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낙찰 받은 토지가격이 부메랑이 되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민간 사업자의 태도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그래서인지 토지 소유자인 코레일의 입장은 매우 강경하다. 31조원 규모에 이르는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은 첫 삽도 떠보지 못하고 그저 찬란한 장미 빛 청사진으로만 기억될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상황은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재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같은 형태의 개발사업은 전국적으로 40여 곳, 사업비 규모로는 모두 120조 원에 이른다. 이런 사업은 공공ㆍ민간 공모형 PF(Project Financing)사업으로 불린다. 공공부문이 특정 부지에 개발사업을 수행할 민간 사업자를 공모해 선정하고, 민간부문과 공동 출자하여 프로젝트 회사를 설립한 뒤 자금을 조달하여 사업을 시행하는 민관 합동 개발방식이다. 이처럼 공공도 사업주체의 일원이다. 그러나 정부 부처 어디에도 사업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부서는 없다. 개별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공모 지침에 따라 사업자를 공모하였기 때문이다.

공모형 PF사업이 위기에 처한 표면적인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난이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이다. 공교롭게도 전체 사업지의 3분의2가 부동산 경기 절정기(peak)인 2006~2007년에 사업 시행자를 선정하였다. 당시 사업계획은 모두 장미 빛 청사진이었으며 과도한 토지가격을 제시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자 모든 계획이 틀어지게 되었다.

문제의 책임을 민간 컨소시엄에만 지울 일도 아니다. 애초 사업구조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은 투자 목적보다는 시공사 보증을 통한 대출로 이자와 수수료 수익만 생각했다. 발주처도 경기 호황을 이용해 땅값 경쟁을 부추긴 것이 사실이다. 주택 시장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과당 경쟁으로 수주에 참여했던 건설사들과 이에 동조한 재무적 투자자도 경솔했다. 주택 경기에 편승하여 수익성이 높은 주거시설부터 분양하면 되겠지 생각했으나, 분양가 상한제와 매수 수요 위축으로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모사업들은 대부분 사업내용이 중첩되고 구성 시설물의 차별화도 미약하다. 사업지의 상업 및 업무용 시설의 연면적이 평균 10만평이 넘는다. 사업 시기도 집중되어 있다. 제대로 진행되더라도 완공 시기가 되면 또 문제가 될 것이 뻔하다. 사면초가인 셈이다.

그러나 위기는 잘못을 바로잡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지금이라도 사업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장미 빛 청사진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사업 시행자들은 용적률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일시적으로는 사업성이 개선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토지가격을 조정하고 사업계획도 대폭 축소하자. 다음 세대를 위한 몫을 남겨주자. 그러기 위해서는 참여자 모두 조금씩 양보하고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지자체들도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전국의 공모형 PF 사업을 총괄하는 사령탑, 컨트롤 타워 기능의 부처와 협약사항을 조정할 제3의 주체 설립이 시급하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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