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은 14일 포드의 전기자동차용 2차 전지 단독 공급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이미 GM에도 납품계약을 체결해 미국 3대 메이저 완성차 업체 중 2곳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2차 전지를 공급하게 되는 겹경사를 맞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SDI도 최근 독일 보쉬와의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통해 BMW와 2차 전지 납품계약을 맺었고, SK에너지도 다임러그룹 산하 상용차 업체를 공급처로 확보해 놓은 상태다. 이로써 국내 전기자동차용 2차 전지 생산 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해외 경쟁자들보다 한 걸음 앞선 행보를 하고 있다.
# 56대. 7월초까지 국내 유일 전기차 판매업체인 CT&T가 국내에서 판매한 저속 전기차 대수로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개정된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3월 30일부터 제한속도 60㎞ 이하의 도로에서 저속 전기차 운행이 가능해진 지 100일이 훌쩍 넘었지만 도로에서는 아직 눈을 씻고 봐도 전기차를 볼 수 없다. 더구나 일반인이 구입한 전기차는 한 대도 없다. 대부분 서울시나 공원, 항만, 아파트 단지 등에서 공공 시설물을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구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속 전기차가 첫 선을 보이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일본, 중국, 미국에 비하면 아직 한참 뒤처진다"고 말했다.
국내 친환경 전기차 산업이 엇박자 걸음을 걷고 있다. 전기 자동차용 2차 전지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지만 정작 최종 완성품인 전기차 산업은 큰 진전 없이 지지부진하다. 일본, 미국을 비롯해 중국 업체들까지 전세계 전기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달리고 있는데 우리는 세계 수준의 2차 전지와 자동차 생산 기술을 갖고도 자칫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크게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과 손을 잡은 LG화학의 성과는 관련 업계에서 큰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98년 일본 기술보다 10년 정도 뒤쳐진 상황에서 시작해 10년여 만에 세계 기술을 추월했다는 것이다. 한때 기술 격차로 2차전지 사업을 접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중소형 2차전지 대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들어가는 대형 2차전지에 꾸준히 투자를 해온 것이 빛을 보게 됐다.
LG화학은 올해 2차전지 연구개발 인력 400여명을 채용하고 500억원을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투자할 방침이다.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 목표는 내년 3,000억원, 2013년 8,000억원, 2015년엔 2조원이다. 이대로라면 2015년 LG화학은 글로벌 점유율 20%를 달성하게 된다.
반면 국내 전기 자동차 업계는 해외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 중국 자동차 업체 BYD는 최근 미국 진출 계획을 발표하며, 한 번 충전으로 최장 33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e6'판매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일본차 닛산도 전기차 '리프'(Leaf)를 연간 15만대씩 생산해 미국 등 전세계 전기 자동차 시장을 잡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테슬라모터스도 도요타와 함께 차세대 전기차를 개발해 2012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의 전기차 개발은 한참 늦은 상태다. 현대차는 8월 15일 'i10' 30대를 선보이고 내년에는 500대로 늘릴 계획이지만 세계적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르노삼성차와 GM대우 등도 전기차 개발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구체적인 생산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이같은 전기차 생산 부진에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전기차 소비확대를 위해 최대 50%까지 보조금을 지급해 판매를 촉진하는 반면 우리는 아직 아무런 지원책이 없다. CT&T 관계자는 "우리가 판매하는 저속 전기차 가격은 납축배터리 승용차는 1,500만원, 리튬이온 배터리 승용차는 2,200만원에 이르는데 일반인이 살 수 있겠느냐"며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거의 없어 해외 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저속 전기차 관련 인프라 구축도 늦었다. 전기 자동차가 다닐 도로 설정과 관련, 서울을 포함해 전국 지자체의 65% 만이 운행 도로를 확정한 상태다. 아파트 단지의 충전 인프라 등 기본적인 기반시설도 거의 준비돼 있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정부 정책이 종합적 시각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다 보니 CT&T 같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저속 전기차 업체의 기술력마저 키워주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정부 지원이 없으면 시장 형성 자체가 불가능한 전기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관련 부처의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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