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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온실가스 주범이라고? 젖소 1마리당 메탄가스 배출량 年3톤…돼지의 26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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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온실가스 주범이라고? 젖소 1마리당 메탄가스 배출량 年3톤…돼지의 26배

입력
2010.07.1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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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한 마리는 1년에 1.435톤(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를 포함해 국내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570만톤(2005년 기준)이다. 전체 농업의 약 39%다.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470만톤으로 국내 전체 5억9,000만톤의 2.5%에 해당한다. 결국 축산 부문은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 1%를 줄이기 위해 과학자들이 발 벗고 나섰다. 미세한 차이라도 오랜 시간을 거치면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추위 메탄가스 발생량 장의 20배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대부분 가축이 사료를 먹고 체내 대사과정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메탄가스다. 메탄가스를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가축은 소와 양 사슴 같은 반추동물이다. 특히 먹는 양이 많은 젖소는 메탄가스 배출량도 많다. 1년에 한 마리당 3.398톤으로 한우의 2배가 넘는다. 돼지(0.128톤)나 닭(0.003톤)과 비교가 안 된다.

동물이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 트림을 포함한 호흡, 그리고 방귀다. 장에서만 메탄가스가 만들어지는 다른 동물과 달리 반추동물은 위에서도 생긴다. 위에서 만들어진 메탄가스는 가축이 트림을 하거나 숨을 쉴 때 몸 밖으로 나온다. 장에서 만들어진 메탄가스 중 일부가 장벽으로 흡수돼 호흡에 섞이기도 한다. 반추위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양은 장에 비해 약 20배나 많다.

소를 예로 들면 4개의 위 중 첫 번째, 두 번째 위가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위다. 반추위에서 나오는 소화액은 수소이온농도지수(pH)가 6∼7인 약산성이다. 보통 강산성을 띠는 다른 동물의 위에 비해 미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다. 실제로 소의 반추위액 1㎖에는 미생물이 약 1,000억 마리나 산다. 이들 미생물은 소가 먹은 사료에 들어 있는 당 성분을 휘발성지방산으로 바꾼다. 이를 이용해 메타노젠이라는 미생물이 메탄가스를 생성하는 것이다.

메탄가스 저감기술 3가지

결국 축산 분야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큰 폭으로 줄이려면 반추 가축의 메탄가스 발생량부터 감소시켜야 한다. 방법은 크게 3가지다. 먼저 메탄가스를 가능한 덜 발생시키는 사료를 먹이면 된다. 가축 사료로 쓰이는 원료마다 소화과정에서 생기는 메탄가스 양이 다르다. 밀의 메탄가스 발생량을 100이라고 하면 옥수수는 89, 귀리는 59, 쌀겨는 42, 볏짚은 21이다. 이 수치를 메탄지수라고 부른다. 이를 근거로 메탄가스가 적게 나오도록 사료를 배합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메탄가스의 원료 물질인 휘발성지방산 생성을 차단하는 것. 단 무턱대고 줄여선 안 된다. 휘발성지방산이 어느 정도는 가축 몸에 흡수돼야 우유나 고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반추위 속 미생물이 만드는 휘발성지방산은 총 6가지다. 그 중 90%가 아세트산과 프로피온산이다. 이 중 메타노젠이 메탄가스 생성에 이용하는 건 아세트산이다. 과학자들은 미생물이 아세트산 대신 프로피온산을 더 많이 만들도록 유도하는 사료 첨가제(메탄저감물질)를 개발하고 있다.

메타노젠을 꼭 필요한 만큼만 남겨놓고 나머지를 아예 항미생물 제제로 죽이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이런 제제를 쓰면 소화에 도움을 주는 유익한 다른 미생물까지 죽기도 한다는 점. 2∼3주 지나면 메타노젠이 내성이 생겨 약효가 떨어질 수도 있다. 이에 최근에는 가축 체내에서 항미생물 제제를 붙잡아두고 있다가 메타노젠에만 영향을 주도록 천천히 분비하는 특수 다당류(사이클로덱스트린) 제조기술까지 등장했다.

가축 메탄가스 연구가 필요한 까닭

이들 메탄가스 저감기술을 실제 축산업에 적용하려면 우선 가축의 메탄가스 발생량부터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하지만 살아 있는 소가 호흡하는 걸 다 받아 분석하는 기술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은 반추 가축의 호흡으로 배출되는 메탄가스를 모아 측정할 수 있는 특수설비인 호흡챔버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해 가동을 시작했다. 이런 설비를 갖춘 나라는 아시아에 우리 말곤 일본밖에 없다.

오영균 농촌진흥청 영양생리팀 연구사는 "일본 설비는 가축 자체를 아예 가둬놓아야 하지만 우리 설비는 목과 머리만 넣고도 측정이 가능하다"며 "일본에 비해 앞선 기술"이라고 말했다. 설비 내부에선 메탄가스를 포집하면서 외부에선 혈액 채취 같은 실험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도 우리 설비의 장점이다. 동물 복지 측면에서 봐도 업그레이드 됐다.

다른 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비해 양이 미미한 가축 메탄가스를 줄이는 게 당장 지구온난화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분자 하나로 보면 메탄의 온실가스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21배나 된다. 게다가 2015년까지 가축 사육두수가 15.9% 증가할 거라는 예측도 나왔다.

오 연구사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가 각국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할 때 한우에 외국 육우 데이터를 적용하고 있다"며 "우리 가축의 메탄가스 발생량 연구자료를 국제학회에서 지속적으로 발표해 IPCC로부터 승인을 받으면 향후 온실가스 저감 정책 대응에도 한층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는 육우보다 메탄가스 발생량이 적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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