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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파코와 마법동화책, 일본 국민배우의 '불쾌한 변신' 유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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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파코와 마법동화책, 일본 국민배우의 '불쾌한 변신' 유쾌

입력
2010.07.1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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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까진 아니어도 야쿠쇼 코지의 얼굴은 한국 관객들에게도 낯익다. 평범하고 소심한 가장이 사교춤으로 자아를 실현하는 내용을 담은 '쉘 위 댄스'로 얼굴을 알렸고, '게이샤의 추억' 등으로 인지도를 다진 일본배우다. '회로'나 '도플갱어' 등 끔찍한 스릴러와 공포영화에도 곧잘 출연했지만 그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온순함이다. 관청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이라 해서 구청을 의미하는 '야쿠쇼'를 예명으로 만들었을 정도로 그의 얼굴은 친숙 그 자체다.

일본의 국민배우로 국내에 곧잘 소개되는 그가 도발적인 변신을 했다. 22일 개봉하는 이색 판타지 영화 '파코와 마법동화책'에 하얀 구레나룻과 수염으로 대머리 얼굴을 감싼 신경질적인 대기업 총수로 등장한다.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보는 사람들마다 "당신이 날 아는 것만으로도 난 불쾌해"라고 외치며 적대감을 드러내는 괴팍한 노인 역할이다. 그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홀로 병원에 남아 치료를 받는 소녀 파코(아야카 윌슨)를 만나면서 마음의 빗장을 풀게 된다.

이미지 변신은 야쿠쇼에 그치지 않는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한국 여성들의 마음을 뺏은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아역출신 배우로 등장한다. 자해로 생긴 상처투성이 얼굴에 부랑자 같은 행색이 그 동안의 꽃미남 이미지를 뒤집는다. 마음을 다잡고 파코를 위한 연극에 동참하지만 가재 대왕이라는 망가지는 역할이다.

변신의 절정은 따로 있다. 일본 야쿠자 영화의 아이콘 중 하나인 구니무라 준이 게이로 등장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액션영화 '킬빌'에서 혼혈 여성이 일본 암흑가의 대부가 된 사실에 분통을 터트리다 목이 뎅겅 날아가는 역할로 한국에 꽤 알려져 있다. 긴 원피스 드레스를 입고, 갈색 단발머리를 찰랑이지만 험상궂은 얼굴을 감추진 못한다. 일본영화 깨나 봤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포복절도할 내용이다.

유명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를 뒤집은 '파코와 마법동화책'은 서술법도 도발적인 영화. 그로테스크한 고딕 성 모양의 병원을 배경으로 엽기적인 캐릭터들이 훈훈한 인간미를 매끄럽게 전한다. '불량공주 모모코'와 '혐오스러운 마츠코'로 국내에도 마니아 층을 형성한 나카시마 데츠야가 연출했다. 22일 개봉, 전체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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