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이장'으로 알려진 강수돌(49)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과 교수가 10여 년에 걸친 농촌 체험을 담은 에세이집 (지성사 발행)를 냈다. 다들 마다하는 농촌 마을로 왜 식솔들을 이끌고 들어가게 됐는지, 농촌 마을의 외지인이자 지식인인 그가 어떻게 마을공동체의 대표가 됐는지, 그가 생각하는 귀농생활의 보람과 어려움은 무엇인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가끔씩 마을설명회에 참석하는 것 외에는 학교와 집 텃밭을 오가며 조용히 살던 강 교수가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신안1리의 이장이 된 것은 2005년 5월. 마을 한가운데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계획과 함께 전임 이장이 이 사업을 진행시키기 위해 허위로 민원서류를 제출한 사실을 밝혀낸 것이 계기였다. 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할 짬도 없이 덜컥 주민들로부터 이장으로 추대돼 아파트건설 반대운동의 선봉에 서야 했던 그는 "투쟁이 나를 진짜 마을사람으로 세웠다. 진짜 주민으로 만든 것 같다"며 이장으로 일했던 나날들을 돌아봤다.
도시에 비해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농촌 공동체에서 이전까지 그는 손님과 같은 존재였지만 그가 경계 안쪽으로 포용돼 마을대표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생태적 감수성'을 공유하고 있었던 덕이었다.
강 교수는 비록 도시에서의 삶이라는 기득권을 포기했지만 농촌마을에서 세 자녀를 키우면서 실감하게 된 생태적 교육의 가치, 부동산에 발목 잡힌 한국사회의 그늘, 지방 분권화의 필요성,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에 대한 단상 등도 털어놓는다. 젊은 시절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자녀교육문제. 그는 자연환경에서의 자녀교육을 '유기농 교육'으로, 도시에서의 경쟁적 교육을 '화학농 교육'으로 빗대며 자연에서 아이들을 키운 10여 년의 과정이 옳았다고 말한다.
"유기농 교육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이 충분한지를 핵심으로 삼는다.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내면적 욕구나 느낌에 솔직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다. 반면에 화학농 교육은 다른 사람 눈치보기, 끊임없는 상대적 비교와 시샘, 타율적 수동적 인간 등을 체계적으로 만들어낸다."
지난달 13일 후임 이장이 선출되면서 5년여 만에 이장직을 내놓고 지금은 마을 아이들을 위한 글쓰기 교실 운영, 마을도서관 재정비 등에 힘 쏟고 있는 강 교수는 "이 책이 '행복한 삶'을 열망하는 독자들에게 작지만 밝은 등불이 되기를 빈다. 모두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더 많은 이들과 열린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썼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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