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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이란核 과학자'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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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이란核 과학자' 미스터리

입력
2010.07.1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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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14월 만에 워싱턴에 나타난 이란 핵 물리학자가 자신은 납치당했다는 말을 남기고 이란으로 돌아갔다. 영국 BBC 방송은 이에 대해 “미 정보당국에 당혹감을 안겨준 사건”이라고 평했다. 미국은 그를 '가짜 변절자'로 몰고 있고 이란은 '납치된 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핵 물리학자 샤흐람 아미리(32)는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지인 메카 순례 중 행방을 감췄다. 아미리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테헤란 말렉 아시타르 대학에서 근무했다. 이란은 핵 개발 고급 정보를 알고 있던 그가 미국과 사우디 정보당국에 납치됐다며 유엔이 나설 것을 촉구했지만, 사건은 의혹에 그치는 듯 했다. 그러나 올 3월 미abc방송이 아미리가 변절했고, 미 중앙정보국(CIA)에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하면서 사건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어 지난 6월 아미리를 자처하는 인물이 동영상 전문사이트 유투브에 동영상 3편을 잇따라 올리면서 미국과 이란의 신경전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문제의 동영상 첫편에서 아미리는 납치당했다고 했으나, 두번째에선 미국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자유롭지 않고, 이란을 배신하지도 않았다는 동영상을 올렸다. 서방에서는 아미리가 납치당한 게 아니라 CIA의 공작아래 미국으로 망명했다고 봐왔다.

그런 아미리가 한달 뒤인 이달 12일 미국 주재 파키스탄 대사관의 이란 이익부서에 나타나 신병보호와 함께 이란행을 요구했다. 아미리는 이란 언론에 “미국인들이 이번 게임에서 패배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란은 1979년 테헤란 인질사태 이후 미국이 단교하자 파키스탄 대사관 내에 이익대표실을 운영해왔다. 이에 미 국무부는 13일“아미리가 자유의지로 미국에 머물렀고, 이란으로 가는 것 역시 그의 자유”라는 14일 그의 귀국을 허용했다.

미 언론들은 아미라의 이란행을 냉전시대 최대 첩보사건 중 하나로 비탈리 유르첸코가 1985년 워싱턴의 구소련 대사관을 통해 다시 고국으로 돌아간 사건에 빗대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변절자는 그 자신만의 이유로 다시 변절한다”며 가족문제 등이 발목을 잡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아미리는 이제 이란에서도 환대받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가 미 정보당국이 자신이 알고 있는 핵 개발 정보를 모두 제공한 정황 때문이다. 실제 미국이 그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중북부 도시 콤에 비밀 핵시설을 건설 중인 사실 등 이란의 비밀 핵 프로그램들이 폭로됐다. 그래서 CSM은 “아미리 이란행의 전후 맥락은 그에 의해 비밀이 노출됐다고 믿는 이란 당국이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핵확산 전문가 데이비드 올브라이트는 “세상 절반은 미국이 거짓말 한다는 것을 믿고, 나머지 절반은 미국과 이란이 아미리의 삶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지켜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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