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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규 교수 '공부' 출간/ "온나라가 출세 위한 공부방으로 변해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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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규 교수 '공부' 출간/ "온나라가 출세 위한 공부방으로 변해 안타까워"

입력
2010.07.1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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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제일 듣기 싫은 잔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공부해라'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외톨박이에게 공부는 친구이자 취미였고, 학교를 다니는 유일한 보람이었다.

책을 벗삼아 평생을 살아온 김열규(78) 서강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공부 인생기를 엮은 (비아북 펴냄)를 출간했다. 김 교수는 "공부가 과정보다는 결과와 출세에 맞춰져 있다"며 "공부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며 책을 펴낸 이유를 밝혔다. 그는 "독서 없는 공부, 공부 없는 독서는 있을 수 없다"며 이 책이 2008년 9월 발간한 와 짝을 이룬 책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공부(工夫)를 '머리라는 도구를 써서 일하는 위대한 사람'이라고 풀이했다. 불완전하게 태어난 인간이 머리를 싸매거나 쥐어 짜 자연과 세계, 사물을 이해하고 전인적인 존재가 되는 '중노동'이라고 했다. 그래서 공부는 공짜가 없고, 한 번 익힌 것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그는 "밤새 공부해도 성적이 안 오르는 것처럼 고생할 때가 있는데, 이때 포기하면 머리가 텅텅 비어버린다"며 "끈기와 줄기참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삶이 그랬던가 보다. 초등학교 땐 몸이 약해 교실에 홀로 남아 책을 봤고, 집 근처 인문계 중학교가 없어 입학한 5년제 부산공업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소설 등 문학 책을 탐독했다. 대학(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해서도 교수들의 결강과 휴강이 비일비재해 도서관에서 늘 책과 함께 했다. "불리한 조건들이 오히려 (공부에 대한) 갈증을 일으켜 공부를 좋아하게 했고, 그래서 책 읽고 글 쓰는 일 밖엔 할 줄 아는 일이 없어요. 말하자면 공부가 목숨을 부지하는 이유죠."

그는 유치원생부터 직장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는 대한민국을 '공부공화국'으로 규정하며 한 쪽으로 치우친 공부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문이나 기술을 익히고 배우는 공부의 목적은 입신(立身)과 수신(修身)을 위한 것으로 구별할 수 있는데, 개인의 진학과 취업에 매진하느라 공부의 본래 목적인 수신을 위한 공부를 상대적으로 게을리 하고 있다는 것. 그는 "온 나라가 교실과 공부방으로 변했다"며 "옛날에는 가난에 굶주렸지만, 요즘은 영혼이 굶주린 사회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21세기 핵심도구인 스마트폰을 이용한 공부법을 제시했다. "스마트폰도 주로 정보와 실리, 취미를 위한 단편적인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전자 책 같은 것을 다운 받아 가까이 해 인성과 교양을 닦는다면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 교수는 1991년 고향인 경남 고성으로 내려가 강연과 책 집필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세상이 정체되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한 내가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은 나날이 늘어만 간다"며 "죽는 날까지 나는 공부를 멈출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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