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 금융감독원 인사에는 '이변'이 있었다. 1999년 금감원 출범 이래 대대로 재무관료 출신이 독식해 오던 감사 자리에 처음으로 감사원 출신이 내정된 것. 박수원 신임 감사는 감사원 생활 25년동안 주요보직을 두루 거친 감사 전문가다. 정부 관계자는 이변의 배경으로 "금감원 감사에도 외부 인사의 객관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금감원의 추천 명분이 공감대를 얻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겉보기엔 그럴 듯 해 보이는 이번 인사를 보며 왠지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그 동안 민간 금융회사 감사 자리를 금감원 출신이 독식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 금감원은 매번 "전문성을 인정받은 결과"라지만, 사실은 감독기관과 어떻게든 '끈'을 맺어 보려는 금융사들의 '초대'였음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런데 초대의 주체와 대상만 달라졌을 뿐, 똑 같은 매커니즘이 이번 금감원 감사 인사에서도 재연된 셈이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최근 들어 감사원 감사가 부쩍 강화됐는데 내부에서도 감사원 출신 영입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제는 감사원 출신들의 금융권행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 우리ㆍ산업ㆍ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굵직한 회사마다 감사원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대부분 정부 지분이 많아 감사원의 직접적 영향권 아래 있는 회사들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금감원 못지 않게 '보험'을 들어 놓을 필요성이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라고 평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권 감사기능을 대폭 확대했다. '평소 감독범위를 넓혀 뒷자리를 늘리자는 속셈'이란 비난을 피하려면, 감사원 스스로 금융권 인사에 신중해야 한다. 금감원의 낙하산 인사도 꾸짖고 지적해야 할 곳이 감사원인데, 그 낙하산을 자신들이 타려 한다면 그건 정말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용식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