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픽사였다. 11년 만에 만들어진 '토이 스토리3'는 세계 최고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의 존재 가치를 다시금 새긴다. 애니메이션이 아이들만을 위한 심심풀이가 아님을, 여전히 경쟁력을 지닌 매력적인 장르임을 역설한다. 102분 동안 웃기고 울리며 관객의 시선과 마음을 통째로 빼앗는 '토이 스토리3'는 픽사의 정점이자 현대 애니메이션의 꼭지점이다.
102분 동안 웃기고 울리며 마음을 통째로 빼앗는 '토이 스토리3'는 현대 애니메이션의 꼭지점이다
웃음과 재치, 기술만이 아니다 장난감들을 통해 전하는 가슴 찡한 성장 이야기다
장난감과 작별하고 석양 속으로 떠나는 뒷모습은 모든 성인들의 아련하고 쓸쓸한 추억을 불러낸다
픽사 애니메이션의 정점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픽사의 오늘을 가져다 준 걸물이다. 1995년 세계 최초로 컴퓨터그래픽(CG)만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으로 첫선을 보여 파란을 일으켰다. 첨단기술과 독창적이면서도 섬세한 이야기의 결합이 관객을 매혹시켰다. 각종 장난감들이 만들어내는 이 소동극은 미국에서만 1억9,200만달러, 전 세계에서 3억6,2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1999년 개봉한 '토이 스토리2'는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속설을 보기좋게 뒤집었다. 전 세계에서 4억8,5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1편을 압도했다. 평단의 평가도 높아 골든글로브 코미디 뮤지컬 부문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토이 스토리3'는 '토이 스토리2'에 이야기의 뿌리를 두고 있다. '토이 스토리2'에 담았던 '장난감이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더욱 키웠다. 장난감 주인 앤디에게서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망가진 카우보이 인형 우디(목소리 연기 톰 행크스)의 두려움이 '토이 스토리2'의 출발점이었다면, '토이 스토리3'는 대학생이 된 앤디와 이별해야 할 모든 장난감들의 위기와 방황, 성숙을 다룬다. 요컨대 '토이 스토리3'는 "앤디가 대학에 가면 자네들을 데려갈까? 앤디는 어른이 되기 마련이야"라는 '토이 스토리2'의 대사에 이야기의 살을 붙인 것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앤디가 짐을 정리하고 집을 떠나게 되면서 장난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장난감 병정들은 "우리 임무는 모두 끝났다"며 일찌감치 '철수'하고, 다른 장난감들은 "인터넷에서 우리 중고값이나 알아보자"며 막연한 새 출발을 기다린다. 장난감들은 앤디가 자신들을 쓰레기 처리하려 했다는 오해 때문에 탁아소행을 택하고, 곡절과 풍파가 이들을 기다린다. 아이들의 사랑을 영원히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탁아소에서 이들을 기다리는 건 아이들의 무지막지한 손길과 피도 눈물도 없는 독재자인 분홍색 곰 인형 랏소 베어다.
웃으러 왔다 울며 나오다
2편에서 여러 장난감들이 박물관에 전시돼 영원한 삶을 살고 싶었던 우디를 설득하고 그를 구출하려 했다면, '토이 스토리3'의 서술은 그 반대로 흐른다. 우디는 앤디에 대한 장난감들의 배신감을 해소하려 하고, 감옥과도 같은 탁아소에서 그들을 빼내려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은 웃음으로 이어지는데 말 그대로 포복절도의 연속이다.
오작동으로 스페인 모드가 된 우주비행사 버즈(팀 알렌)가 카우보이 걸 제시(조안 쿠삭)에게 정열적으로 들이대는 주책맞은 모습, 또띠아 몸통에 귀와 팔 등을 꽂고 흐물거리면서 탁아소 탈출 작전을 수행하는 포테이토 헤드 등을 보면 웃음을 참기 힘들다. 매끄러운 3D 화면과 여러 장면의 기발함은 몰입을 재촉한다.
웃음과 재치, 기술만이 '토이 스토리3'의 전부는 아니다. 장난감들을 통해 전하는 가슴 찡한 성장 이야기가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다. 장난감과 앤디의 이별은 성년이 돼 부모의 품과 집을 떠나야 하는 삶에 대한 은유다. 장난감과 작별하고 석양 속으로 자동차를 몰고 사라지는 앤디의 뒷모습은 모든 성인들의 아련하고 쓸쓸하고 달콤한 추억을 불러낸다.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픽사가 다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이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재미를 판다면, 픽사는 깊이있는 정서를 판다고 할까. '토이 스토리3'는 시리즈의 최고봉이자 픽사의 최고 수작이다. 8월 5일 개봉, 전체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