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의 민주당 참패는 한일관계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민주당 정권이 내분까지 겪으며 정국운영 주도권을 잃어갈 경우 자민당 정권에 비해 적극적이던 과거사문제 해결 움직임 등이 벽에 부딪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참의원 과반수를 못 채운 민주당 주도 연립여당에 내부 불화까지 겹치면 한일 현안 관련 법안의 통과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재일동포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외국인 영주권자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 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민주당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려 결국 올 상반기 정기국회에 제출되지 못했다. 하지만 하토야마(鳩山) 전 총리나 간 나오토(菅直人) 현 총리,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 등 민주당 지도부가 거듭 추진 의사를 밝혀 조만간 처리될 것으로 기대됐었다. 자민당은 정면 반대이지만 야당 가운데 공명당, 사민당, 공산당 등이 찬성해 민주당이 의견만 모으면 법안 통과에 물리적인 어려움은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적어도 9월 민주당 대표 선거 때까지, 경우에 따라 그 이후에도 민주당내 권력다툼이 심각해지면서 의사결정의 구심력이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태에선 민주당 지도부의 방침이 분명하더라도 논란이 있는 사안을 법안으로 정리해내기 어렵다.
선거 이후 민주당내 진보성향 의원들의 영향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한일관계에 악재이다. 상징적인 것이 현역 장관이면서 낙선해 민주당에 충격을 안겨 준 지바 게이코(千葉景子) 법무장관이다. 사회당 출신의 인권변호사인 지바 장관은 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금전적인 피해 보상을 명시한 ‘전시 성적강제 피해자 문제 해결 촉진 법안’ 제출을 주도하는 등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 피해자 보상에 적극적이었다.
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지바 장관 같은 진보 성향 의원의 영향력이 중요하나 지바 장관은 9월 당대표 선거이후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사회당 출신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이 최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전후 보상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청구권 가능성을 열었지만 실제 성과를 위해선 역시 강한 정책적 구심력이 요구된다.
천안함 사태나 6자회담 관련 한일 공조, 자유무역협정(FTA) 교섭 등 경제협력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총리 교체 가능성 등 일본 정권의 리더십이 흔들리면 한국으로서는 셔틀정상회담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는 등 양국 외교 전반에 득 될 것이 없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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