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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고객을 팬으로 만든 LG전자 '블로그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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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고객을 팬으로 만든 LG전자 '블로그 경영'

입력
2010.07.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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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지난달 스마트폰 옵티머스Q를 내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 제품에 탑재한 구글의 휴대폰 운용체제(OS)인 안드로이드 1.6을 7,8월에 안드로이드 2.1로 업그레이드 해주겠다고 발표를 하자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네티즌들은 LG전자의 기업 블로그 '더 블로그'(blog.lge.com)에 몰려가 온갖 불만을 쏟아냈다. 며칠 만에 무려 1,400건의 댓글이 붙었으며, 그 중에는 욕설 섞인 악성 댓글도 있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LG전자의 기업 블로그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블로그 운영진들은 경영진들에게 네티즌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전달했고, 모든 댓글에 일일이 답변하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그 사이 경영진들은 네티즌들의 의견을 수용해 안드로이드 2.2로 한 단계 더 올려 주기로 전격 결정하고 블로그를 통해 발표했다. 순식간에 안티들의 원성이 높았던 LG전자 블로그는 고마움과 기쁨을 표시하는 팬사이트로 돌변했다. 이후 옵티머스Q는 블로그 지원에 힘입어 출시 1주일 만에 2만대 이상 팔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더 블로그'가 지난해 3월 개설 이래 1년 4개월 만에 방문객이 50만명을 넘어서며 블로그 경영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떠올랐다. 더 블로그의 성공의 첫번째 비결은 개방이다. 30대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이용자들의 댓글을 허용한 것이다. 당시 대기업의 블로그들은 악성 댓글을 우려해 아예 댓글을 쓰지 못하게 막아놓았다.

그러나 LG전자는 이와 반대로 처음부터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쓰도록 개방했다. 악성 댓글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한 내부 반대도 만만치 않았지만, 치열한 토론과 투표를 거쳐 개방으로 방향을 잡았다. 남용 LG전자 부회장도 "블로그와 트위터에 올라 오는 의견에 귀를 기울여 적극 반응하라"는 지시로 힘을 실었다.

실제로 LG전자는 블로그 개설 이후 공과를 솔직하게 모두 털어놓았다. 유ㆍ무선 겸용 모니터를 개발했으나 시장보다 앞서가는 바람에 실패한 개발자의 고백부터 중국의 모조 휴대폰 공장을 급습한 직원들의 흥미진진한 모험담까지 올라 왔다. 그렇다 보니 올리는 글마다 이용자들의 댓글이 평균 40건 이상 붙으면서 폭발적 반응이 이어졌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직원들의 블로그 활용 시간을 업무로 인정해 준다. 이것이 두 번째 성공 비결이다. 디자이너, 개발자 등 12명의 직원을 필진으로 뽑아 이들이 올리는 글을 전체 업무의 10%로 쳐준다.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는 1주일간 워크숍을 통해 법률 문제, 글 쓰는 요령, 파워 블로거들과의 간담회를 통한 이슈 대응법 등을 훈련시켰다.

또 파워 블로거인 정희연 홍보팀 차장을 발탁해 블로그 운영을 맡겼다. 그는 2008년부터 개인 블로그 '미도리의 온라인 브랜딩'이란 홍보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나름 블로그 운영 비결을 터득했다. "블로그의 힘은 네티즌들과 댓글을 주고받는 대화에서 나온다"고 믿는 그는 "지나친 홍보성 글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어 삼가고 있다"며 블로그 운영의 소신을 밝혔다.

LG전자는 앞으로 휴대폰, 백색가전 등 제품 브랜드별로 블로그와 트위터를 확대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블로그에 언급된 LG전자 관련 글도 찾아서 댓글을 쓰는 적극적 블로그 경영을 할 계획이다. 정 차장은 "올해는 기업 블로그 개설이 유행이 될 것"이라며 "LG전자가 블로그 경영은 확실히 앞서가는 기업이 되도록 이용자들과 신뢰를 쌓는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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