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문대 해외인턴십 대상자로 선발돼 일본에 다녀온 서울 A전문대 2년 이모씨는 "남은 것은 여행 뿐"이라고 했다. A씨는 "어학연수 후 한 기업체에서 정식 인턴을 하는 줄 알았지만 사무보조원 수준이어서 그만두고 여행을 다녔다"고 털어놓았다. 호주로 파견됐던 김모(경기 B전문대 유아교육과 2)씨도 비슷한 경우. 한달 간 어학연수 후 한 현지 차일드케어센터에서 전공 관련 생생체험을 기대했으나 빗나갔다. 단순한 보모 역할에 그치는 바람에 뛰쳐나와 현지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인턴은커녕 여행과 식당 보조원으로 소일했으나, 이들은 해외인턴십 프로그램을 마친것으로 교육과학기술부와 해당 대학 측에 보고됐다. 학점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이다. 허울뿐인 전문대 해외인턴사업의 실체다.
5년째를 맞는 교과부의 전문대 해외인턴십(글로벌 현장실습) 사업이 예산만 축내는 전형적인 비효율 정책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사업은 전문대생에게 해외 현장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국제감각과 실무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5년 도입됐다. 올해에만 50억원의 예산을 정부가 지원한다. 해외인턴십에 선발되면 4개월동안 최고 1,000만원을 훌쩍 넘는 체제경비를 전액 지원받는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예산 지원에 비해 인턴십 관리는 엉망인 현상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각 대학 측에 현지 인턴십 프로그램을 알선하는 업체들이 해당 기업이 요구하는 인턴조건 및 역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일단 받고보자식으로 학생들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이를 모르고 해외인턴에 도전했다가 실망한 학생들은 어학연수나 여행으로 소일하다 귀국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업 부실 비판이 제기되자 급기야 2학기부터 한국전문대협의회가 직접 인턴십 프로그램 운용에 나섰지만 나아질 기미가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대협 측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1.5~2배 많은 1인당 지원금을 책정했다. 지난해엔 영어권 900만원, 일본어권 680만원, 중국어권 510만원 씩의 1인당 경비가 지원됐으나 2학기부턴 영어권 1,100만원, 일본어권 1,200만원, 중국어권 780만원 등으로 껑충 올렸다. 일본어권의 경우 도쿄(東京)전문학교협회에 1개월치 어학연수 비용으로 1인당 300여만원을 추가 지불하는 식이다.
그러나 전문대협의 이런 조치에 대해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충남 C전문대 박모 교수는 "어학연수 기간만 늘린다고 인턴십 프로그램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며 "인턴십 학생들을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도 대책은 없이 1인당 보조금만 올리는 것은 국고 낭비를 자초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비가 안 들도록 예산을 넉넉하게 잡은 것"이라고 군색하게 설명했다.
비자 발급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해당 국가에서 해외인턴십 사업을 무비자 프로그램으로 인식, 문화활동비자나 워킹홀리데이 비자, 유학생 비자 등의 발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대사관 관계자는 "기업 단체 등에 파견돼 일하려면 반드시 문화활동비자를 받아야 하지만 호텔 병원 등에서의 무급 파견 실습에는 비자를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비자없이 일본에 체류중인 대다수 인턴십 학생들은 '인턴다운 인턴'은 꿈도 꾸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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