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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과 함께하는 투자 아카데미] 자산관리의 최종 종착역, 노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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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과 함께하는 투자 아카데미] 자산관리의 최종 종착역, 노후생활

입력
2010.07.1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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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지식 없는 은퇴자금은 '바람 앞 촛불'이다

자산관리라고 하면 30~50대가 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은퇴 이후, 즉 60대 이후의 자산관리다. 은퇴 후에는 근로소득이 없어지거나 현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이 시기의 자산관리에 실패하면 은퇴 이후 30년의 삶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편안한 노후

예를 하나 들어보자. 2005년 말, 60세의 '와타나베 부인'은 은퇴한 남편과 살고 있는 평범한 일본 주부였다. 평생 아껴 산 대가로 어느 정도 저축은 있지만 막상 은퇴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걱정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평균수명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20년 이상은 더 살 가능성이 크지만 은퇴자금은 그에 비해서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 일본 국내 은행예금 금리는 0.1%에 불과하고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자니 손실을 보는 것이 두려웠다. 그녀는 고민 끝에 일본보다 금리가 4~5%포인트 높으면서도 어느 정도 경제가 안정된 호주의 국채에 투자하기로 하였다.

지금 와타나베 부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고 밤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10% 이상 원금손실이 발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생각하지 못한 것은 환율변동이다. 엔화 대비 호주달러의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다 보니 높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엔화로 환산한 자산가치는 더 떨어져 버린 것이다.

위의 사례는 하나의 가정이기는 하지만 일본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실 많은 일본 노인들이 원금 보장이 되는 은행이나 우체국 등만 찾아 다니면서 제로수준의 저금리 자산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고위험 금융상품에 자금을 배분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보유 금융자산에 대한 고위험 자산(주식과 채권의 합계) 비율은 30대가 10%였지만 60대는 17%였다. 전체적으로 여전히 낮은 비율이지만 60대가 30대보다 고위험 자산을 선호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인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선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신흥국 통화로 운용되는 고배분 펀드, 해외 부동산 투자신탁 등 고위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주 고객이다.

중년의 나이에 일본의 거품경제와 자산시장 붕괴를 목격한 일본 노년층은 그 이후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은퇴 후 시간이 지나면서 금리는 더욱 낮아지고 연금수급 전망은 어두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는 사실 합리적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충분한 금융지식이 없이 떠밀리듯이 고위험 상품 투자에 나섰다는 것이다. 만약 와타나베 부인이 호주 국채가 아니고 신흥국 주식에 투자했다면 오히려 수익률이 높았을 것이다.

현재 한국의 중년층은 일본 노령층의 이러한 모습을 잘 살펴보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노후 대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은 시절부터 준비하는 것이다. 준비라는 의미는 은퇴자금 마련을 시작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금융지식을 쌓는 것도 포함된다. 한국의 경제 및 사회가 향후 일본처럼 저금리ㆍ고령화 사회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미리 다양한 금융 및 재테크 경험을 통해 효율적인 자산관리의 지혜를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은퇴한 이후에 충분한 지식 없이 위험자산 투자에 나서게 되면 의외의 수업료를 내게 될 수 있으며,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치명적 일 수도 있다.

소비는 생각만큼 줄지 않는다

은퇴 이후의 자산관리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생활비의 문제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45세 이상 가구주가 주된 일자리를 그만두면 당장 소득의 32.9%가 줄어들고, 이후 재취업을 통해 소득이 반등하지만 이전 직장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55세 이상 정년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조사도 이 시기 소득은 퇴직전의 56%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렇게 수입이 줄어들면 지출도 그만큼 줄어야 하는데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오랫동안 굳어진 생활수준을 낮추는 데는 상상 이상의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은퇴자들이 생활수준을 낮추려는 노력보다는 평생 해보지 않았던 사업제안을 덥석 받아 들이거나 단기적인 재테크로 생활비를 마련하려 한다. 운이 좋아서 성공하면 다행이겠으나 충분한 준비 없이 뛰어든 일은 사업이든 재테크든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젊었을 때는 실패를 밑거름 삼아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볼 수도 있겠으나 은퇴 이후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하면 빈곤노인층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절약'이다. 은퇴 이후의 痔纛?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근로소득이 없거나 현저히 적어지므로 은행예금이나 펀드 등 금융자산에 대한 재테크에 의지하게 되는데, 알다시피 금리나 주가는 그 누구도 관리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힘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은 가계 지출 정도인 것이다. 알고 보면 '지출관리'라는 전략은 중요한 투자방법이기도 하다. 100만원을 쓸 일에 90만원만 지출했다면 그렇게 하지 못한 사람에 비해서 10%의 수익을 올린 것과 같다. 은퇴 이후 리스크 없이 이런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대상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즉시 연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미리 연금상품을 충분히 들어놓지는 않았지만 목돈이 있다면 종신형 '즉시연금' 같은 상품에 가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 하다. '즉시연금'은 계약자가 목돈을 넣으면 계약한 달의 바로 다음 달부터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말한다. 다만 이 상품은 중도해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지출해야 할 큰 비용은 떼어놓고 가입해야 한다.

갑작스런 자금수요에 대비해야

은퇴 이후 자산관리에서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유동성'이다. 노후에는 예기치 못한 현금수요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식이 결혼할 수도 있고 갑자기 몸이 아플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노령층은 이러한 갑작스런 자금수요에 대응하기가 힘들다. 유동자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의하면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의 60세 이상 인구가 보유한 자산 중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90% 수준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성장 과정에서 '부동산 불패신화'가 거의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부동산은 즉각 현금으로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에 노후에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현금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의료비를 아파트로 대신 낼 수는 없는 것이다.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은 현상이 비단 한국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 내각부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1990년까지만 해도 일본 가계 자산의 60% 이상이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었다고 하며, 미국도 과거 부동산 비중이 높았던 적이 있었다. 미국에는 '캘리포니아의 땅 많은 가난뱅이'라는 말이 있는데, 부동산을 잔뜩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현금화 시키지 못해 고생하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나 노령화와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진행되면서 일본과 미국의 부동산 자산비중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현재 일본 및 미국의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각각 40%, 30%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의 향후 부동산 시장도 지금까지처럼 급속히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부동산 수요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은퇴시점이 다가올수록 부동산 비중을 줄여야 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유동성과 가격하락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 점은 매우 명확하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한 지금, 은퇴 이후의 자산관리는 그 어느 때에 비할 수없이 중요해졌다. 자식을 1,2명 낳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자식들에게 기댈 수도 없고, 안전하면서도 고수익을 주는 금융상품은 과거의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미리미리 은퇴자금을 준비했다면 상대적으로 안락한 은퇴생활을 누릴 수 있겠지만 준비가 부족했다고 해서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각자의 처지에 맞게 자산, 소득, 소비수준을 조정한다면 자족할만한 삶을 이어가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 풀어읽는 키워드

● 캐리 트레이드

저금리로 조달한 자금으로 다른 나라의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거래를 뜻한다. 즉 이자가 싼 국가에서 빌린 돈으로 수익이 높은 다른 국가에 투자한다는 것인데 장기간 초저금리가 지속 중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신흥국 주식이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의 장기채권 등을 사는 투자를 '엔 캐리 트레이드'라고 부른다. 고수익 가능성 만큼 손실 위험도 크다.

■ 와타나베 부인의 해외투자

일본에서 와타나베(Watanabe)는 한국의 김씨처럼 흔한 성(姓)이다. '와타나베 부인' 이라는 말은 2007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엔화를 외화로 환전한 뒤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중ㆍ상류층 주부 투자자들을 'Mrs. Watanabe'라고 표현한 데서 유래했다. 그 이후 국제 금융가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일본의 개인 외환투자자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확장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일본의 10년 장기불황(1991~2002년)과 은행의 저금리를 배경으로 2000년 무렵부터 등장했다. 낮은 저축 이자에 실망한 일본 가정주부들은 해외로 투자 기회를 찾아 나섰는데 이들이 투자신탁 형태로 투자한 외화자산은 2007년 기준으로 30조엔, 원화로는 약 400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였다. 당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풀어읽는 키워드 참조) 자금의 전체규모가 40조엔 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와타나베 부인들의 주머니 돈이 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거대 자금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셈이다.

해외로 빠져 나온 와타나베 부인들의 자금은 금융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여 시장을 활성화시킨 측면도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금융자산에 거품을 만들고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 역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부터는 다시 일본으로 자금이 역류하면서 엔화가치를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한가지 생각해 볼 점은 40조엔에 이르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 가계 금융자산의 2~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해외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와타나베 부인들의 영향력이 전 세계 유동성을 좌지우지 할 수도 있음을 생각할 수 있다.

일본의 가계 자금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뒤에는 일본의 재정문제가 있다. 국가의 빚이 많아지면서 노인들에 대한 연금 및 복지혜택이 줄어들자 일본 금융자산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노인들이 어쩔 수 없이 보다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예금금리가 연 1%도 안 되는 일본 은행에 돈을 맡기는 안일한 재테크로는 100세 시대에서 경제적으로 지탱하기 어렵다.

윤치선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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