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은 오랜 전쟁과 내란으로 포연이 자욱한 지역이다. 어디에서 적이 공격할지 모르는 황량하고 긴박한 이곳에 살가운 이름을 내건 군인들이 있다. 바로 오쉬노(Ashena)부대다. 오쉬노는 현지어로 친구 동료라는 의미다.
1993년 소말리아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 파병돼 온갖 찬사를 받아 온 한국군의 자신감과 아프간 현지 주민들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프간 파르완주에서 재건과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지방재건팀(PRT) 주둔지를 경비하고 요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달 선발대 94명에 이어 이달 초 본대 138명이 파견됐다. 최근 PRT 기지 공사 현장이 정체불명의 무장 세력으로부터 로켓포 공격을 받으면서 오쉬노부대에 대한 우려와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정기(대령ㆍ육사41기) 부대장은 "장병들의 현지 적응 과정이 마무리 단계"라며 "치안이 매우 불안하지만 그간 전 장병이 만반의 준비를 해 온 만큼 임무 수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부대장은 또 "아직은 미군과 함께 경비ㆍ순찰 임무를 하고 있는데 이달 중순이면 권한을 완전히 넘겨받아 단독작전을 펼칠 것"이라며 "이번 파병은 한국의 국격을 높이고 한국군의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이라크 자이툰부대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베테랑 지휘관이기도 하다. 인터뷰는 현지 사정을 감안해 5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오쉬노부대 파병 이후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다.
-아프간 현지에 도착하니 느낌이 어떠신가요.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최고의 정예 요원들을 이끌고 임무 수행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장병 하나하나가 어떤 임무가 주어지더라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어 든든합니다. 하지만 현장 지휘관이다 보니 PRT에 참여하고 있는 외교통상부와 한국국제협력단 직원뿐 아니라 우리 장병들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저의 양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입니다."
-국내에서 준비할 때와 차이가 많을 것 같은데요.
"우리 부대는 5월 11일 창설된 이후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이미 PRT 활동을 참여한 지휘관과 정보요원들의 경험을 충분하게 전수받고, 우발 상황 조치와 호송 작전 등 현지에서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해 교육 훈련을 해 왔습니다. 또 저는 부대장으로서 앞서 아프간 현지에 여러 차례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제 현지에서는 모든 것이 더 이상 훈련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기 때문에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에 더욱 신경을 써서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장병들은 현지 적응을 잘 하나요.
"이곳은 한낮에 40도가 넘는 고온과 모래먼지, 지형적으로도 해발 1,500m가 넘는 고산 지대입니다. 적응에 일부 어려움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파병 준비 과정에서 체력 증진을 위해 전력을 다한 결과,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높은 사기를 유지하며 잘 극복하고 있습니다. 3주일 전 현지에 먼저 도착한 선발대원들은 본대가 도착한 이후 임무 수행을 위한 지휘통신체계 구성과 숙영지 편성 등에 수고가 많아 상당한 피로감으로 느낄 것으로 판단해 별도로 개인 시간을 부여하며 컨디션을 조절케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본대도 작전 준비에 우선을 두되 휴식을 병행하면서 현지 적응에 무리가 없도록 해 나갈 예정입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현지 기후와 지형 조건은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피로가 쌓이는 곳입니다. 또한 항공기와 전투 차량의 소음, 돌발적 테러 상황 등으로 인한 전장 스트레스 때문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 장병들은 대견스럽게도 이를 묵묵히 잘 견뎌 내고 있습니다."
-최근 PRT 주둔지 건설 현장이 로켓포 공격을 받아 국민들의 걱정이 많습니다.
"무장 세력의 공격이 있었지만 우리들은 이미 현지 정세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큰 동요나 걱정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앞으로 우리의 차리카르기지에도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따라서 각종 테러 세력의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상황 발생에 대비한 개인별 행동 절차를 숙달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공격 세력은 밝혀졌나요.
"상황 직후에 미군 등 연합군이 신속하게 확인 작업을 벌였지만 성과가 없었습니다. 멀리서 쏘고 도망갔기 때문에 알 수가 없습니다."
-실제 교전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하나요.
"발생 가능한 상황별로 구체적인 교전규칙이 수립돼 있습니다. 일단 기지 방어 임무에 주력하지만 공격을 당玖?초전박살의 자세로 적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뿐만 아니라 사전에 적대 세력의 PRT 주둔지 공격 징후를 식별해 이에 상응하는 부대 방호태세를 갖추게 됩니다."
-임무 수행의 주안점은 무엇인가요.
"현재 하루에 두 차례 기지 밖을 순찰합니다. 가장 큰 고려 사항은 테러의 위협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평화의 전령사로 이곳에 온 PRT의 활동이 과도한 안전 조치로 위축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죠. 따라서 호송과 경호 업무에 적극 나서면서도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파르완주 차리카르시 PRT 주둔 예정지는 이곳 미군 바그람기지에서 약 20㎞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연합군 간의 협조 체계는 문제가 없나요.
"미군은 자군의 병력이 증파되면서 바그람기지가 매우 복잡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에 흔쾌히 임시주둔지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한국군 기지 안에 미군의 연락ㆍ협조반을 상시 파견하고 적대 세력의 활동에 대해서도 첩보를 적극 제공하고 있지요. 바그람기지 외부 작전 시에도 각종 연합 작전, 유사시 항공 지원 등 함께 긴밀하게 작전을 수행하고 있어 한반도에서의 굳건한 한미 동맹이 아프간 현지에서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무장 세력의 공격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미군은 야간임에도 불구하고 항공정찰, 전투기 출격 등으로 적대 세력을 퇴각시키고 추가 도발을 예방하는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미 PRT 공사 현장에 열상감시장비(TOD)와 야간투시경을 추가로 배치한 데 이어 8일부터는 공사 현장 상공에서 매일 1, 2회 항공정찰 활동도 실시할 예정입니다."
-최근 아프간 사령관이 교체된 미군의 분위기가 어수선할 것 같은데요.
"미군 사령부는 카불에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습니다. 우리와 지역이 많이 다르지요. 미군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도 않고요. 사령관이 바뀌었지만 한미 간에는 여전히 굳건한 협조 체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임무 수행에 필요한 준비는 다 갖춰졌나요.
"6월 말 지뢰방호차량(MRAP)을 인수해 통신 장비를 장착하고 작전 수행에 필요한 체계 통합과 운전병 교육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K_11 복합소총 등 전력화 장비 사용과 관련한 숙달훈련도 막바지에 이르러 조만간 작전 준비가 완료될 예정입니다."
-오쉬노부대가 전 세계 다른 지역의 파병부대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현재 레바논의 동명부대와 아이티의 단비부대 등이 현지에서 재건 지원을 위한 군 주도의 민사작전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간에서는 기존의 군 주도 민사작전이 아닌 민간 주도의 재건활동을 실시하게 됩니다. PRT를 구성한 것도 그 때문이죠. 우리는 PRT 요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또한 안정화한 다른 파병지에 비해 아프간은 탈레반 등 적대 세력의 위협과 치안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라크만 해도 중앙정부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지방정부가 비교적 탄탄하게 운영됐거든요. 반면 아프간은 어느 하나 갖춰진 것이 없는 무정부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쉬노부대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특전사 병력을 중심으로 지휘부와 단본부를 비롯해 경호경비대, 작전지원대, 항공지원대, 그리고 주한미군에서 파견된 연락반과 협력반 등으로 편성돼 있습니다. 다음 달에 추가 병력이 보충되면 총 320명으로 운영돼죠. 무장은 MRAP외에 UH_60헬기, K_11 복합소총, 폭발물 탐지장비 등을 갖췄습니다."
-앞으로 언제까지 활동하나요.
"2월 국회에서 통과된 파병동의안에 따라 2년6개월간 임무를 수행합니다. 부대는 6개월 단위로 교대하죠. 일단 저희는 1진으로서 임무 수행에 필요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주된 임무입니다. PRT 경호는 물론, 이곳에 파병된 동맹국과의 군사외교도 우리가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국내에는 여전히 파병을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데요.
"이번 파병은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세계 10위권 수준인 대한민국의 경제력에 걸맞게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올해 6ㆍ25전쟁 60주년을 맞아 공산주의 세력으로부터 한국을 지켜 주고 경제발전의 뒷받침이 되어 준 동맹국들에 대한 보은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국민들에게 전할 말씀이 있다면요.
"과거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이제는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게 된 자랑스러운 조국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층 더 높이는 데 모든 부대원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가와 가족과 국민이 보내 주는 성원 속에 임무를 완수하고 장병 모두 무사귀환할 수 있도록 임무와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근무하겠습니다."
● 이정기 대령 약력
▦1962년생
▦전주 신흥고, 육사 41기, 국방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28사단 작전참모, 한미연합사령부 계획장교, 이라크 평화재건사단 민사협조본부장, 71사단 참모장, 5사단 27연대장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