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안보리의 천안함 사태 대응 조치가 일단락되자마자 10일 "평등한 6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기울여 나갈 것"이라며 6자회담 재개를 거론한 점이 의외다.
그는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을 통해 "우리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조선반도의 현안문제들을 '적절한 통로를 통한 직접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장려한다'고 한데 유의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엔 안보리가 천안함 관련 문건을 채택할 경우 무력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하던 그동안의 강경 태도와 사뭇 다르다.
이를 두고 대북 전문가들은 11일 북한이 안보리 의장성명을 계기로 천안함 정국 전환을 위해 6자회담 재개라는 '출구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 국면을 종결하는 출구전략의 이니셔티브를 쥐었다고 본다"며 "우리 정부도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북한도 퇴로를 찾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6자회담을 언급하고 유엔사령부의 북미 장성급 회담 제안에 대해 대령급 사전 접촉을 갖자고 응답한 것이 모두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즉각적으로 6자회담 재개론을 들고 나왔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우리는 조속히 6자회담이 재개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할 수 있게 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천안함 사태 대응 과정에서 한국과 대북제재 공조를 유지해 온 미국측은 아직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외교소식통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유엔 안보리 대응이 마무리 된 상태에서 6자회담 재개가 전면에 부상할 경우 미국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관심은 우리 정부의 대응 전략과 입장 변화 여부에 쏠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무엇보다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는 '선 사과 후 6자회담 재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김영선 대변인은 11일 "북한의 구체적 행동을 봐가며 6자회담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이 안보리 의장성명의 정신을 존중해 천안함 사태에 대해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이 6자회담 재개 논의에 동참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미 정부 일각에서는 지난 1994년 1차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북미 제네바 합의 때처럼 한국이 또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