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한 지인이 공고 나온 아들이 제대 후 놀고 있다며 취직 부탁을 했다. 마침 사람을 구하는 분이 있어 서로를 연결하였으나 정작 그 아들이 사양했다. 야간작업이 대부분이라 정상생활이 어렵다고 했다. 망설이다 다른 분께 소개하였는데 다행히 취직이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아들 근황을 들으니 그만두고 집에서 놀고 있다고 했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 더 버티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구직ㆍ구인난은 '눈높이 실업'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하면 우리의 청년실업률은 5월 기준 6.4%로 전체 실업률 3.2%의 두 배이다. 그나마 올 초의 10%에서 좀 나아진 결과이다. 체감 청년실업은 더 심각하다. 청년층에는 구직을 단념하고 학업, 가사 등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져 실업에 포함되지 않는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구직 단념자가 많으니 15세 이상 노동가능 인구에서 취업자 비율을 나타내는 고용률은 매우 낮다. 실업률은 OECD에서 가장 낮은 편인데, 고용률은 OECD 평균에도 미달하고 있는 통계가 이를 말해 준다.
심각한 청년실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사람을 못 구해 안달이다. 지난 주 한 취업포털사가 중소기업 152곳을 조사했는데, 83.6%가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구직자 눈높이가 너무 높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많은 중소기업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000여 중소제조업체에 외국인 근로자를 내국인으로 충원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80%가 없다고 했다. 내국인 근로자는 구할 수도 없지만 구해도 금방 떠나기 때문이란다.
이와 같이 구인난과 구직난이 공존하는 것은 서로를 연결하는 정보부족 탓도 없진 않으나 본질적으론 중소기업이 제공하는 보수나 근무환경이 구직자의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중소기업이 보수를 올리거나 구직자가 기대를 낮추면 해결된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무작정 보수를 올리면 기업의 생존이 위협 받을 수도 있으므로 다른 경제주체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청년실업의 답을 기업보다는 구직자의 기대수준에서 찾아야 한다.
많은 청년들이 질 낮은 일자리를 거부하며 미래의 더 좋은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목표가 높은 것은 개인의 발전을 촉진하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는 노릇. 아쉽게도 취업에 계속 실패하다 보면 점차 눈높이가 낮아지게 된다. 이는 자신에게 알맞은 일자리를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문제는 청년층의 눈높이에 하한선, 즉 유보임금(reservation wage)이 있어 조건이 그 이하인 자리는 거부하고 차라리 무직으로 남는 점이다. 작금의 청년실업 문제는 중소기업이 제시하는 보수와 근무환경이 청년층의 눈에 차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청년의 눈이 높은 것은 높은 대학진학률 탓이 크다. 지난해 전국 고등학생 중 대학에 진학한 비율은 여학생 82.4%, 남학생 81.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1990년의 대학진학률은 33%였다. 20년 전 대졸자에게 돌아갔던 수준의 일자리는 요즘 대졸자의 극히 일부에게만 가능한 일이 된 것이다.
언제까지 부모 밑에서 살려고
물론 정부는 청년들의 눈이 높은 이유 중 하나인 높은 주거비, 교육비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청년들도 이제 기대수준을 낮추고 질 낮은 일자리도 수용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내게 일자리를 부탁했던 지인의 아들에게 한마디 했다. "네가 일 안하고 있는 건 부모 밑에 있기 때문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라. 기다리면 더 좋은 직업 가질 자신이 있느냐? 네 스펙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느냐? 차라리 1~2개월치 임대료와 생활비 가지고 나가 독립해라. 외국에선 스무 살만 넘으면 독립하는데 언제까지 넉넉지 않은 부모 밑에서 살아갈 생각이냐? 도전 없이는 성공도 없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