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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못하는 '학교폭력 자치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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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못하는 '학교폭력 자치委'

입력
2010.07.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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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모 중학교에 다니는 A(14)양은 동급생인 B양에게 6개월여 동안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견디다 못한 A양은 지난달 이 같은 사실을 담임 교사에게 알렸고, 교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가 조사를 했다. 관련사실을 확인한 자치위는 B양에게 '전학 권고'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B양의 학부모는 가정 사정을 이유로 전학을 거부하고 있다. 앞서 4월에는 2명의 남자 중학생이 동급생들을 집단 폭행한 일이 발생해 자치위가 출석 정지 조치 뒤 전학 권고를 내렸지만 따르지 않고 있다.

2004년 9월부터 시행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초ㆍ중ㆍ고교에 설치된 자치위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변호사 검사 등 법조인, 경찰 등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5인 이상 10인 이하로 구성된 자치위는 폭력 가해 학생에게 사안의 경중에 따라 서면 사과, 학급 교체, 전학 권고, 10일 이내 출석 정지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문제는 조치 이행의 강제성이 없어 자치위의 결정에 따르지 않더라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자치위가 실효성이 없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강서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전학 권고를 내리더라도 학부모가 따르지 않고 버티면 별 수가 없고, 가해 학생이 학교에 계속 남아있는 상태라 비슷한 문제가 다시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학생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징계 조치 기록을 학생생활기록부에 남기거나 자치위의 결정 내용을 교내 게시판 등에 공지할 수도 없도록 한 점도 학교폭력 예방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영등포구 소재 한 중학교 교사는 "징계 기록이 남지 않으니 가해 학생들이 죄의식이나 부끄러움이 없는 것 같다"며 "어떤 아이들은 징계 받은 것을 마치 훈장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자치위가 학교폭력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외부 전문가까지 참여시켰지만 실상은 유명무실한 위원회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교원단체 관계자는 "자치위 처벌에 따르지 않으면 위원회 구성의 원래 목적인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법령상 전학 권고 등에 대해 (자치위가)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는 맹점은 지니고 있지만 과거처럼 교내 폭력 발생 사실 자체를 은폐 혹은 축소하려는 경향은 개선되는 등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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