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한 지 꼭 100일째 되는 날. '비둘기' 'MB맨'이란 세간의 냉소에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그는 이날 전격적으로 금리인상의 칼을 빼 들었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금리인상시기는 빨라야 8월. 하지만 김 총재는 한 달을 앞당겼다. 정부는 '믿었던 김 총재'의 예상 밖 결정에 당황해 하는 눈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현행 2.0%인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작년 2월부터 이어진 17개월 간의 사상초유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게 것이다. *관련기사 12면
금통위는 금리인상 배경으로 물가상승 우려를 들었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7%를 웃돌고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3%대에 이를 만큼 '고성장-고물가'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위기 때 낮춰 놓은 비정상적 저금리를 더 이상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금리를 올려 물가상승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할 때라는 의미다.
국내외 경제학자들은 물론 국제금융기구, 신용평가기관들까지 이미 한은에 대해 조기 금리인상을 권고한 상태. 때문에 이번 금리인상조치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속성상'양날의 칼'이다. 인플레 압력차단을 통해 경제의 선순환을 도모한다는 순기능에도 불구, 경제주체들의 이자부담을 증대시키고 부동산시장을 경색시키는 독소적 성격을 갖고 있다.
당장 이번 금리인상으로 가계ㆍ기업의 이자부담은 연간 2조4,000억원 가량 늘어날 전망. 경기 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하는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에게는 큰 타격일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찬바람이 부는 부동산시장은 더 냉각될 소지가 있다.
중요한 것은 금리인상이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점. 김 총재는 "2%나 2.25% 모두 최근 경제상황에 합당한 금리수준은 아니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연내 1,2차례의 추가인상을 점치고 있지만, 유럽재정위기나 미국의 더블딥 같은 대외적 요소가 가장 큰 변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금리인상은 가계와 건설 부문 등 우리 사회 취약계층의 부담을 더해 자칫 지나친 구조조정을 부르는 부작용도 내포하고 있다"며 "하반기 국내외 경제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한 만큼 앞으로 신중한 인상결정과 함께 취약층에 대한 지원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