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 초안 합의로 숨가쁘게 전개됐던 천안함 외교전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의장성명 초안 합의는 내용과 형식을 떠나 중국과 러시아의 소극적인 입장 속에서도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 컨센서스(합의)를 도출해 냈다는 점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정부도 수개월간에 걸친 천안함 외교전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정부측은 의장성명에서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의 책임을 비난하는 내용이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근거로 '안보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민ㆍ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성명 초안의 5항과 '이에따라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는 7항을 들고 있다.
이런 문안들의 흐름으로 볼 때 안보리가 천안함 공격의 책임을 북한에 두고, 이를 규탄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목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서는 외교적 성과로 보고 있다.
의장성명 초안 4항에 '이번 사건 책임자에 대해 적절하고 평화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8항에 '앞으로 한국에 대해, 또는 역내에서, 이런 공격이나 적대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는 내용을 각각 담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안보리 성명이 민ㆍ군 합조단의 조사 결과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은 우리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의 주장을 병기했더라도 논리적으로 볼 때 안보리 성명이 북한의 공격을 비난했다고 보는 시각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이번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서 가장 핵심적인 '북한의 공격' '북한 책임' 규정이 빠져 절반의 성과에 그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격 행위는 규탄했으나 공격의 주체에 대해서는 명시적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6항에 '안보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낮은 수준이지만 북한의 입장이 다소 반영된 것이라는 외교가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천안함 유가족들도 의장성명 초안에 공격 주체가 북한이라고 명시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번 의장성명 초안 합의 과정에서 국제 사회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실제 공격(attack)과 규탄(condemn)이라는 표현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중국이 의장성명에서 두 가지 표현을 허용하면서도, 북한을 특정해 규탄하는 데는 반대해 이를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번 천안함 외교전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 일본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끈질긴 설득전에 나선 것과 러시아가 조사단을 파견해 검증 작업을 벌인 것도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 간의 미묘한 관계를 보여줬다.
또 천안함 사태의 유엔 안보리 회부를 놓고 북한 외교관과 우리 외교관들간에 마찰도 빚는 등 남북관계도 첨예한 대립 구도를 보였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우리의 끈질긴 노력으로 최대한 입장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며 "천안함 외교전을 겪으면서 중국 외교의 중요성과 숙제를 동시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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