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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책꽂이의 자유' 마저 위협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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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책꽂이의 자유' 마저 위협하는 세상

입력
2010.07.0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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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설령 ‘빨갱이’라 해도.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툭하면 나오는 색깔론은 분명 불합리한 잣대이지만 효과적인 공격 수단이다.

색깔론이 다시 튀어나왔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보도한 MBC ‘PD수첩’ 중 피해자 김종익씨의 집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이 문제가 됐다. 방송에서 제목을 모자이크 처리한 이 책들은 등이다.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 책들로 보아 “김씨는 특정 사상에 빠진 편향적 사고의 소유자”라고 주장했다. 참 단순하고 편리한 판단이다. 그 명쾌함이 감탄스럽기는 하지만, 그런 단세포적 발상이야말로 편향적 사고일 것이다. 국방부가 군대 내 금서목록을 발표해서 비난과 조롱을 산 일을 그새 잊어버린 모양이다.

독서는 극히 사적인 활동이다. 무슨 책을 읽느냐는 한마디로 ‘내 맘’이다. 국가나 권력이 이러쿵저러쿵 간섭하거나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개인의 독서 내역을 그를 위협하는 무기로 삼는 것은 더더욱 부당한 폭력이다.

어쨌거나 이제부터는 책도 조심해서 읽는 게 좋겠다. 내가 읽은 책이 어느 날 나를 겨누는 칼로 돌아올지도 모르니. 이런 조심성은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히는 게 좋겠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12년 간의 독서 내역을 개인별 포트폴리오로 관리해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독서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이 2학기부터 전국에서 시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적인 독서 활동을 일일이 보고하고 평가 받으라는 것은 정신적인 지문 날인 강요와 다름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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