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10시20분쯤 정부중앙청사 창성동 별관 4층.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찰 수사관 20여명이 민간인 불법 사찰의 진앙지인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들이닥쳤다. 대한민국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이다. 그 동안 검찰과 국세청, 국가정보원, 경찰 등 4대 권력기관이 모두 압수수색을 경험했지만 대한민국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은 오후 2시55분쯤까지 취재진의 접근을 일절 불허한 채 4시간30분 가량 이뤄졌다. 한 윤리지원관실 직원은 "동료들 대부분이 맥이 빠진 채 그냥 가만히 서서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다"고 전했다. 근처 식당 등에서 대기했던 일부 직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고 당혹해 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검찰은 확보한 문서대장 서류 등을 사과상자 크기의 박스 2개와 여행용 가방 2개에 담아갔다.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서류봉투 2개도 가져갔다.
지난 3월 22일 한명숙 전 총리의 수뢰 의혹 사건으로 사상 처음 총리공관 현장 검증이 이뤄진 뒤 3개월여 만에 총리실 압수수색을 당하자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압수수색이 시작된 시점에 민주당 의원들이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 있던 권태신 총리실장을 항의 방문하는 등 총리실은 하루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정운찬 총리에게도 압수수색 사실이 곧바로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7일 간부회의에서 "의혹 해소를 위해 검찰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에게도 협조할 것은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총리실의 한 간부는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 했는데 압수수색이 단연 화제였다"며 "비록 우리와는 별도로 운영된 조직이라고 하지만 다들 침통해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총리실 관계자는 "내각 수장을 모시는 총리실이 검찰의 타깃이 됐다는 것 자체가 참담한 일 아니냐"며 "최대한 수사에 협조해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총리실의 명예를 그나마 되찾는 길"이라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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