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7바퀴.'
6일 건강상 이유로 사의를 밝힌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이 2007년 3월 전경련 회장 취임 이후 총 30회에 걸쳐 130일 동안 해외에서 펼친 경제 외교의 노정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는 그 동안 뜨거운 열정과 강철 체력 등을 바탕으로 한국 재계를 대표하며 탈 많고 말 많은 전경련 회장직을 무던하게 수행했다. 그런 조 회장이었기에 건강상 이유가 그의 발목을 잡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5월 정기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담낭의 종양은 수술로 이어졌고, 70대 중반의 나이는 회복에 긴 시간을 요했다. 결국 의료진이 요양을 권하자 그는 자리를 내 놨다. 내년 2월까지의 임기를 채우고 싶은 맘이 크지만, 주요 20개국 정상 회의 등의 국가 중대사가 예정돼 있는데 행사 참석이 많은 전경련 회장 자리를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누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조 회장에 대해서는 그 동안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에 누구보다 충실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그가 재임하는 동안 재계 숙원사업이던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되고,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시행됐다는 점에서 재계 입장에선 점수를 높이 줄 만 하다.
또 금융 위기 이후에는 일자리 나누기와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제위기 극복에도 앞장섰다. 지난해엔 30대 그룹의 대졸 초임을 최대 28%까지 깎아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키로 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그리 환영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는 그룹 총수이면서도 국제적 인맥과 영어와 일어 등 어학 실력이 뛰어났던 인물이다. 그를 이어 전경련 회장을 맡을 이가 선뜻 나서지 않는 것엔 이런 점도 없지 않다. 재계에선 그가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선친인 만우 조홍제 효성 창업주가 남긴 '숭덕광업'(崇德廣業ㆍ덕을 쌓고 선행을 베풀면, 사업은 절로 번창한다)의 뜻을 더욱 이어가고, 재계의 원로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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