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9일 뉴스 없는 ‘침묵의 날’을 보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도청자료 보도를 금지하는 언론규제법(gagging law)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언론계가 24시간 총파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볼자노에 있는 시인 단테의 동상에도 항의의 표시로 재갈이 물려졌다.
신문과 방송, 뉴스통신사 등이 모두 파업에 참여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사생활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다음달 중순 언론규제법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 동안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주요 각료들은 섹스스캔들 및 비리 의혹으로 비난 받아왔는데 주로 도청 자료를 통한 폭로가 많았다. 이번 법이 통과되면 수사당국의 감청범위가 줄어들 뿐 아니라, 언론은 도청 녹취록을 전혀 보도할 수 없게 된다. 검찰과 야권에서도 이 법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8일자 사설에서 “이번 항의는 언론인들이 로비 차원에서 벌이는 자기방어적 행동이 아니다”며 “뉴스 전파 및 정보 제공 능력을 제한하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보내는 경보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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