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도왔던 핵심그룹으로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을 정점으로 했던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이 경제계 인사에 직ㆍ간접적 개입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로 시작됐지만, 박 차장과 선진국민연대를 둘러싼 논란은 국정전반의 월권적 개입 의혹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박 차장은 이미 지난해 포스코 회장 인사와 관련,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지난해 4월 "박 차장이 야인 시절이던 2008년11~2009년1월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과 이구택 회장, 박태준 명예회장을 잇따라 만나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해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사장은 현 포스코 회장과 회장직을 놓고 2파전을 벌였던 인물이고 이 회장, 박 명예회장은 신임 회장 선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들. 결국 박 차장이 인사에 관여해 현 회장의 선임을 이끌어냈다는 게 우 의원 등의 주장이다. 우 의원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윤 전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장직 포기를 종용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했다.
물론 아직까지 이 주장의 진위는 판명되지 않은 상태. 박 차장은 당시 "일부 인사들을 만나 환담을 한 적은 있지만 회장 선임과 관련된 말을 한 적은 없다"고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포스코 관계자도 이날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자꾸 회자돼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KB금융지주 회장 인선파동 때도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의 개입의혹이 일고 있다. 선진국민연대 사무총장 출신으로 현재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유선기 전 국민은행 경영자문역이, 역시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이사 출신인 조재목 현 KB금융 사외이사와 함께 지난해 11월쯤 당시 회장직에 응모했던 모 인사를 만나 "후보에 나서지 말 것"을 종용했다는 것. 유씨와 조씨는 모두 만남 자체는 인정하고 있으나 "우연히 잠시 자리에 동석했을 뿐이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같은 조직에 뿌리를 둔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당시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직간접 지원을 받아 KB금융에 영입된 사실을 들어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선진국민연대 대변인 출신인 정인철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매달 정기적으로 정부지분이 높은 시중은행장과 공기업 사장 등을 시내 호텔에서 만나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영준 차장(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의 후임으로 청와대 내부업무조정이 주 업무인 정 비서관이 '경제계 현안과 기업 애로사항을 듣겠다'는 명분으로 CEO들을 불러모아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의 민원 해결창구로 활용했다는 것이 골자다. 실제 몇몇 은행장들은 만남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탁이 오가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호텔 모임에는 박 차장과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정 비서관, 유선기씨 등이 참석해 공기업 인사 문제를 논의한 자리로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모임의 성격은 영포(영일ㆍ포항)회와 선진국민연대가 결합해 국정 전반은 물론, 공기업 인사까지도 논의ㆍ결정한 사조직의 국정농단이자 권력 사유화"라며 "당사자들은 모임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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