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은 그 자체로 반도의 모양을 한 땅이다. 리아스식 해안의 전범을 이루는 이곳은 들쭉날쭉한 바다가 주변을 감싼다. 태안의 해안선 길이는 무려 530여km에 달한다. 그 꼬불꼬불한 해안선이 품고 있는 건 오밀조밀한 백사장이다. 시ㆍ군 단위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해수욕장을 가진 곳이 바로 태안이다. 30여 곳의 크고 작은 해수욕장들이 포도알 열리듯 주렁주렁 태안의 바다에 매달려 있다.
만리포 천리포 몽산포 꽃지 등 이미 이름난 해수욕장들도 좋지만, 파도리 꾸지나무골 사목 방주골 구름포 등 생소한 이름의 작은 태안의 백사장들로 여행을 추천한다.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해수욕장들이다.
태안반도 최북단에 있는 해수욕장은 이원면의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이다. 입구에 짙게 우거진 솔그늘을 벗어나면 아담한 백사장이 나타난다. '아늑하고 정겹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곳이다. 주변 산에 꾸지뽕(오디)이 많아서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그 바로 아래에 있는 사목해수욕장도 작고 아늑하다. 예부터 바다에서 모래가 많이 밀려와 사목이란 이름이 생겼다. 모래를 이름으로 한 만큼 부드러운 모래가 자랑이다. 고운 모래사장엔 갯메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원북에서 북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올라가면 학암포 해수욕장을 만난다. 포구와 어울린 제법 큰 규모의 백사장이다. 학암포 바로 아래 붙은 구례포 해수욕장도 아름다운 곳이다. 학암포나 구례포 보다는 구례포 직전 좌회전해 한참을 숲길로 들어가 만나는 먼동 해수욕장을 추천한다. 그곳까지 들어가는 비포장 숲길이 인상적이다. 그 길 끝에 만나는 숨겨진 해수욕장이 반갑다.
서해쪽으로 툭 튀어나온 소원면 쪽으로 가면 파도가 아름다운 파도리 해수욕장이 있다. 이곳의 풍경은 전북 부안 변산바다의 적벽강을 닮았다. 붉은 갯바위와 붉은 절벽이 바다를 감싸고 있다.
파도리 위의 어은돌 해수욕장은 포구와 붙어있다. 백사장을 빙 둘러 인공 둑이 설치돼 있다. 바닷물과 숲을 단절한 그 둑 때문인지 바닷가엔 모래 대신 자갈만 가득하다. 하지만 백사장에 기댄 목선과 한가로운 날갯짓의 갈매기들이 어우러져 한없이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모항 위엔 많이 알려진 만리포와 천리포 해수욕장이 있다. 천리포 마을 뒤편의 좁은 길을 따라 산길을 돌아 내려가면 방죽 해수욕장이다. 만리포와 천리포 다음에 있어 백리포란 이름으로도 알려진 곳이다. 산자락이 바다를 동그랗게 감싸고 있는 백사장이다. 나만의 바다로 꼭꼭 감춰두고만 싶은 바다다.
백리포 위에는 의항 해수욕장과 구름포 해수욕장이 이어진다. 의항은 기암의 갯바위와 이어진 독살로 유명한 곳이다. 구름포는 그 이름만큼이나 부드럽고 아늑한 백사장이다.
근흥면 쪽엔 연포해수욕장이 유명하다. 펜션 민박 횟집 등 시설들을 갖춘 관광지다. 이런 시설물들이 번잡스럽게 느껴진다면 바로 옆에 붙은 도장 해수욕장을 찾아가자. 짙은 솔그늘 너머로 한적한 바다가 펼쳐진다.
남면엔 몽산포 달산포 청사포 해수욕장이 길게 백사장을 잇고 있고, 안면도엔 백사장을 필두로 삼봉 안면 방포 꽃지 등 크고 작은 아름다운 해수욕장들이 늘어서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같은 태안의 바다를 끼고 있지만 제각각 독특한 멋과 맛을 간직한 백사장들이다.
태안=글ㆍ사진 이성원기자
■ 태안 황금어장의 보양식
● 박속낙지탕
태안의 먹거리로는 개운한 박속낙지탕이 유명하다. 태안 원북면사무소 소재지에 있는 원풍식당이 원조를 자처한다. 외관은 허름해 보여도 30년 이상의 내공을 지닌 집이다. 주인 목예균씨는 "무나 감자 등 이것저것 다 넣고 만들어 봤지만 역시 낙지는 박속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박속은 시원한 맛을, 숭숭 썰어 넣은 청양고추는 칼칼한 맛을 내며 달큼한 낙지와 환상적인 맛의 조화를 낸다는 것. 박속밀국낙지탕 1인분에 1만2,000원. (041)672-5057
● 붕장어구이
요즘 태안 바다의 제철 음식은 붕장어다. 일본말로 아나고라 불리는 바다장어다. 만리포 해수욕장 인근의 모항에서 붕장어 요리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모항 바다수산(041-672-9324)의 이우연 사장은 "파도리에서 만대까지의 어장이 태안에서도 가장 좋은 어장으로 손꼽히는데 이곳에서 잡은 붕장어는 기름이 자글거리고 부드러워 최고의 맛을 낸다"고 자랑이다. 붕장어 요리는 간단하다. 소금간을 해서는 숯불에 구워먹는 것이다. 겉이 노릿하게 익었을 때가 가장 맛이 좋다. 식당에서 1kg에 3만원 정도 받는다. 2명이 충분히 먹을 양이다.
■ 슝~ 미끄럼 한 번에 모래언덕 추억 하나
우리에게도 사막이 있었다. 바람이 모래를 밀어 올려 커다란 사구를 만들어내?새하얀 사막 말이다.
충남 태안의 신두리가 그곳이다. 하지만 신두리의 해안사구는 지금 옛 사막 분위기를 잃었다. 넓은 모래 땅엔 짙은 풀과 키 큰 나무들이 가득 덮고 있어 모래밭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신두리엔 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길이 3km, 폭 0.2~1.3km의 해안사구가 형성돼 있다. 바닷바람이 실어온 모래가 만들어낸 특이 지형이다. 예전 이 모래는 바람을 타고 산자락 너머까지 날아갔다. 주민들은 논과 밭으로 날아온 모래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농사짓던 이들이 대책을 내놓으라 요구했고 70, 80년대 모래땅 옆으로 방풍, 방사림이 조성됐다. 소나무와 아까시나무 등을 심었다. 처음 이 나무들은 모래밭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나무들이 한두 그루 살아남으면서 그 그늘은 점차 넓어졌고 어느새 모래언덕 옆으론 짙은 숲이 만들어졌다.
예전 모래언덕에선 소도 키우고 땅콩 농사도 지었다. 이곳이 200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농사는 물론 사람의 출입도 통제됐다. 사람의 발자국이 뜸해지자 숲에서부터 풀들이 뻗어 내리기 시작했고 수년 사이에 그 넓던 모래언덕은 모두 풀밭이 되고 말았다. 풀이 쌓인 언덕엔 더 이상 모래가 쌓이지 않았다.
예전 사구가 그대로 있었을 때 모래언덕은 마을 어린이들의 놀이터였다. 사구 꼭대기에 올라가 모래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면 사구 한가운데의 물텀벙으로 바로 뛰어들어 물놀이까지 함께 즐겼다고 한다.
신두리에서 환경을 곱씹어보는 축제가 열린다. 9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신두리 샌드에코페스티벌이다. 신두리에서 축제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름유출의 최대 피해지역이기도 했던 신두리 사구에서 사고 후 방제와 생태복원 등 상세과정을 보여주는 한편, 신두리의 특색을 살린 모래와 관련한 다양한 체험놀이가 준비된다.
사구에서 텐트를 설치해 야영을 즐기는 샌드캠프와 사구탐방, 생태지도 만들기, 모래 속 도자기 찾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도 마련됐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모래 미끄럼이다. 사유지로 남은 모래언덕 일부를 표면의 풀과 나무를 벗겨내 옛 사구를 복원해 놓았다. 그 모래언덕에서 눈썰매장에서 쓰던 썰매를 타고 미끄럼을 타는 프로그램이다. 태안군청 문화관광과 (041)670-2143
태안=글ㆍ사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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