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형화 및 그룹화가 수익성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출산ㆍ고령화와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이 맞물릴 경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3%대 중반으로 추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현재 수도권에 40~60%로 차등 적용하고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40%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권고도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기획재정부 의뢰를 받아 내ㆍ외부 전문가 43명이 공동으로 1년여간 공동 작업한 1,000쪽 분량의'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발전방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은행의 대형화ㆍ그룹화가 수익성에 미친 효과를 분석한 결과, 대형화가 수익성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전(1992~96년)에는 대형은행들이 정책금융을 주로 떠맡으면서 후발 시중은행이나 지방은행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카드사태 이후(2004~2006년)에는 인건비 상승 등으로 대형화와 수익성 간에 마이너스 상관관계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변화를 추정한 결과,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2010년대 잠재성장률이 3.6%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위기 이전 잠재성장률(4%대 후반)보다 1%포인트 이상 추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저출산ㆍ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요인과 더불어 이번 경제위기 영향으로 성장률 둔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면서 대외여건이 상당기간 악화된다면 잠재성장률 급락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위기 이전의 성장둔화세가 지속되는 경우 잠재성장률이 4.1%, 고용과 생산, 투자를 늘리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5.1%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일고 있는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 요구와 달리, 은행 건전성 강화를 위해 금융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투기지역(강남 3구)에만 DTI 비율을 40%로 억제하고 여타 서울지역은 50%, 인천ㆍ경기지역은 60%를 적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하고 비율도 40% 수준까지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것. 보고서는 "DTI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는 부동산 가격대책과 독립시켜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현재 규제는 미국 금융기관보다도 더 느슨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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