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지난해 5월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3남 김정은에 대한 업적을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탈북자 A(25ㆍ여)씨는 8일 경기 안성시에 있는 북한이탈주민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해 3월 초"라며 "근무하던 학교의 부교장이 교원들을 모아놓고 학습할 때 '청년대장 김대장 동지가 곧 (후계자가)될 것이다'면서 학생들에게는 아직 알리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지난해 9월 북한을 탈출해 올해 2월 한국에 들어왔다.
A씨에 따르면 김정은의 업적이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쯤이었다. A씨는 "이 때 교사들에게 절반 크기의 A4 용지 50장을 김정은의 위대성 자료라고 나눠줬고, 김정은의 업적을 수업에 적용하라는 지시가 당 쪽에서 내려왔다"고 밝혔다.
그는 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15일)을 기념해 대동강변에서 성대하게 치러진 축포야회(불꽃놀이) 행사와 전체 주민의 노동력을 총동원하는 '150일 전투' 등을 김정은이 진두지휘했으며,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를 갈 때마다 김정은이 미리 안전상태를 점검한다는 등의 내용이 자료에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김정은 찬양가인 '발걸음'도 이 시기부터 아이들 사이에서 불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의 업적을 선전하는 방식이 1970년대 김정일을 후계자로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느꼈다"며 "후계체제가 3대째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솔직히 '이제 그만 속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A씨는 또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에 대해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다"며 "당국에서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이 활짝 열린다고 교양하고 있지만 체제가 바뀐다고 해도 믿는 사람은 30%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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