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10월 민간인 불법 사찰 피해자 김종익씨를 기소유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기소권 남용 논란이 일고 있다. 기소유예란 죄가 극히 경미한 경우 등에 대해 검사의 재량으로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이다. 그런데 검찰이 재판에서 무죄를 받을 수 있는 사람까지 기소유예 처분을 남발해 죄인으로 낙인을 찍어놓고 재판 받을 권리마저 침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검찰의 기소유예 방침에 불복하는 헌법소원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검찰이 기소를 하면 재판을 통해 유ㆍ무죄가 가려지고, 불기소 처분하는 경우엔 검찰에 항고, 재항고하고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는 등 여러 단계의 불복절차가 있지만,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불복방법은 헌법소원이 유일하다. 헌재에 따르면 기소유예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은 2006년 75건이었으나 2009년엔 101건으로 약 25% 증가했다. 올해는 5월 기준으로 52건이 접수돼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지난해보다 접수건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헌법소원이 들어오면 헌재는 검찰로부터 사건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수사가 미비했는지, 법령을 잘못 적용했는지 등을 검토한다. 당사자의 진술을 듣는 등의 절차 없이 검찰 수사기록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재에선 매년 10~15%씩 기소유예 취소결정이 내려진다. 헌재 관계자는 "기소유예란 죄가 있는데도 봐준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관련 헌법소원이 꾸준히 늘어난다는 것은 검찰 결정에 하자가 있다는 반증"이라며 "이는 검찰 기소독점권의 폐해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소유예는 실제 법적 제재를 가하는 처분은 아니지만, 혐의를 벗지 못한 상태로 언제든 기소가 재개될 수 있으며, 전과기록이 5년간 공개되는 등 불이익이 상당하다.
검찰은 과거 기소유예를 중죄인을 봐주는 도구로 악용해왔다는 비판도 받았다. 1994년 검찰은 내란죄로 고발된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기소유예 처분했다가 헌재로부터 위법한 처분이라는 결정을 받았다. 더 멀리는 86년 6월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을 수사하던 인천지검이 성적 가혹행위를 확인하고도 가해 경찰관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한 변호사는 "기소유예는 지금도 검찰출신 변호사들이 가장 쉽게 많은 돈을 버는 수단"이라며 "검찰 재량으로 중죄인을 재판정에 서지 않게 하는 것은 엄청난 권력"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자의적 기소유예 행사를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 발표된 검찰의 자체 개혁방안에는 중요사건의 기소여부를 국민이 결정하는 기소배심제 도입이 포함됐지만 이는 뇌물, 정치자금 등의 중요사건에만 적용돼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기소유예를 견제할 수단은 못 된다. 헌재 관계자는 "기소유예 요건을 법에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등의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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