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푼 되지 않습니다. 어려운 학생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게 해주세요.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한 사람이 글을 드립니다"
지난 달 20일 오후 충북 충주시 금가면사무소에 짧은 사연을 담은 편지가 배달됐다. 누렇게 바랜 봉투 안에는 10만원권 수표 5장이 들어있었다.
금가면사무소에 이렇게 기부금이 담긴 편지가 오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 발신지가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으로 돼 있는 편지는 이후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빠짐없이 배달되고 있다. 익명의 독지가는 6월에는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12월에는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한 연탄구입비로 써 달라고 기탁금의 용처를 적었다.
면사무소는 이 독지가에게 감사의 뜻이라도 전하려 편지 봉투에 적힌 주소로 수소문해봤지만 거주자를 찾지 못했다. 면사무소 사회복지담당 최은주(36)씨는 "'고향의 어려운 어르신과 학생들을 도와달라'는 편지 내용으로 봐서 돈을 보내주는 분은 금가면 출신인 것 같다"며 "이 독지가는 매번 같은 금액(50만원)을 보내서 오히려 미안하다는 글을 보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면사무소측은 이 기탁자의 주문대로 지난달 28일 가정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 2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충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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