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많은 남성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이죽거릴 듯하다. "벨라, 너 정말 그렇게 살지마." 여성들은 질투와 부러움 섞인 말들을 날릴 듯하다. "벨라는 분명 전생에 지구를 구했을 것이야."
미국 작가 스테파니 메이어의 동명 인기소설을 영화화한 '트와일라잇'시리즈의 3편 '이클립스'는 지역이나 나이, 소득 등 그 어떤 인구학적 속성들보다 성별에 따라 좋고 싫어함이 갈릴 영화다. 여성들의 판타지를 극도로 자극하는 이 영화는 뭇 수컷들의 복장을 터트리고도 남는다.
영화는 1편 '트와일라잇'과 2편 '뉴문'의 연장선상에 있다. 인간의 피 대신 동물의 피를 먹는 희귀한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아름다운 여성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사랑이 줄기를 이룬다. 늑대인간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이 둘 사이에 끼어 들며 사랑의 트라이앵글이 각을 세운다. 2편에서 벨라에게 연심을 드러냈던 제이콥이 저돌적으로 사랑을 실천에 옮기면서 삼각 애정전선에 전운이 감돈다. 에드워드에게 연인을 잃은 뱀파이어 빅토리아가 복수의 칼을 갈면서 영화는 긴장감을 더한다.
영원불멸의 삶을 살아야만 한다는 게 유일한 단점인 에드워드는 모든 여자들이 선망할만한 연인이다. 벨라가 순결을 주려 해도 그는 "그것만은 지키고 싶은 규칙"이라며 거부한다. 벨라가 사랑의 교차로에서 방향을 잃고 방황해도 그는 언제나 그녀를 따스하게 품는다. 초콜릿 복근과 소시지 팔뚝을 자랑하며 벨라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놓을 듯한 제이콥도 여성으로서 외면하기 힘든 남성상이다.
벨라는 "에드워드는 제 반쪽이에요"라고 공언하면서도 제이콥에 자꾸 눈길을 준다. 급기야 키스까지 한다. 낙심한 에드워드에게 그녀가 던지는 말. "널 더 사랑해." 결국 에드워드 품으로 돌아온 벨라가 남기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내가 돼야 될 사람과 나 사이에서 고민한 거야." 이성적 사랑과 본능적 사랑 사이에서 방황했음을 의미하는 이 대사는 아마도 모든 여성들의 사랑의 판타지를 대변할지 모른다.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에 뱀파이어 판타지를 곁들이며 여성관객층을 겨냥한 영화. 마음을 연 듯하면서도 정작 가까이 다가서면 손사래를 치는 여성들에게 상처받아본 남성들이라면 124분의 상영시간이 곤욕스러울 듯하다. 특히나 애인의 양다리 연애에 신물이 난 남성이 동성 친구랑 극장을 찾았다면 마냥 좌석에 앉아있기 힘들 듯 하다. 단 꾹 참으면 여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어깨너머로 배울 수는 있겠다. 감독 데이빗 슬레이드. 12세 이상 관람가. 7일 개봉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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