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장르영화 축제인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가 15일 열네 번 째 막을 올린다. 축제의 시작은 에드리안 브로디, 포레스트 휘태커 주연의 미국영화 '엑스페리먼트'가 알린다. 인기 TV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의 제작을 총지휘한 폴 쉐어링이 감독한 영화로 죄수와 간수로 각각 나뉘어 심리학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23일 상영될 폐막작은 충무로 공포 스릴러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이 선정됐다. 방학 동안 특별수업을 듣던 상위권 학생들이 정체불명의 살인자에게 하나씩 죽어나가는 모습을 담았다.
마니아 위한 영화 가득
여느 해보다 상영작들이 알차다. 특정 장르에 빠진 마니아들이라면 환호성을 지를 작품들이 적지 않다.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로 호응도 뜨겁다. 5일까지 총상영작 193편 중 78편이 매진됐다. 현장 구매보다 예매로 관람을 하는 게 좋을 듯하다.
유명 작품들은 대부분 표가 다 팔렸지만 아직 예매를 기다리는 감춰진 수작도 적지 않다. 임신한 여자가 여행 중 겪게 되는 악몽과도 같은 사건을 다룬 '클리닉', 어느 숲이 지닌 전설 때문에 공포에 빠져드는 한 이라크 참전 군인의 이야기를 그린 이탈리아 영화 '쉐도우', 독일 오스트리아 합작의 심리 스릴러 '당신이 보지 못하는 것' 등이 볼만하다. 태국 공포영화 '슬라이스'와 '나인 템플', 네덜란드 공포영화 '인간지네', 그리스 영화 '좀비 오디세이', 호주영화 '프라이멀'도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꼽은 추천작이다.
다양한 기획전 눈길 끌어
올해 영화제는 다양한 기획전으로 관객들을 맞이하기도 한다. 유명 애니메이션 '건담'시리즈를 모듬 상영하는 '기동전사 건담: 우주세기의 기억'은 특히 주목할만하다. '기동전사 건담1'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등 8편이 스크린에 명멸한다. 한국영화 회고전 '다이내믹 이두용'도 눈여겨봐야 한다. 1970년대 한국형 액션 영화로 이름을 높였고, '피막'으로 세계 영화계의 시선을 잡은 이두용 감독의 액션영화 '돌아온 외다리' '분노의 왼발' '돌아이' 등 6편이 상영된다.
기이한 상상력으로 독특한 판타지 영화를 만들어온 거장 테리 길리엄 감독의 영화 4편을 모은 특별전 '테리 길리엄의 상상극장'도 눈길을 줄만하다. '자버워키' '시간 도둑들' '브라질' '피셔킹'이 관객과 만난다.
유명 초대 손님도 늘어
초대 손님의 면면도 지난해보다 화려해졌다. 특히 일본의 유명 영화인들이 영화제를 빛낸다. 일본 TV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오구리 ?이 자신의 감독 데뷔작 '슈얼리 섬데이'로 부천을 찾는다. '기동전사 건담'을 만든 도미노 요시유키 감독도 방한해 관객과 만난다.
베스트셀러 소설 로 유명한 츠지 히토나리는 츠지 진세이라는 이름으로 감독한 영화 '아카시아'와 함께 영화제를 방문한다. '토토의 천국' '제8요일' 등으로 1990년대를 풍미한 벨기에 출신의 자코 반 도마엘 감독도 게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를 연출한 재일동포 3세 감독 리 토시오도 방한한다. 개막작 '엑스페리먼트'의 폴 쉐어링 감독, TV애니메이션 시리즈 '기동전사 Z건담'의 다카마츠 신지 감독, '사랑을 보여줘 바보야'의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도 주요 초대 손님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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