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월드컵 무관의 한을 씻어낼 기회를 맞았다. 스포트라이트는 득점왕과 MVP를 노리는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와 우루과이와의 준결승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에게 쏠린다.
그러나 숨은 공로자는 따로 있다. 측면 공격수 디르크 카위트(리버풀)는 이번 대회에서 '네덜란드판 박지성'이라고 할 만한 활기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공격과 수비에 걸쳐 잠시도 쉬지 않고 상대를 압박하는 카위트의 에너지는 네덜란드 연승 행진의 원동력이 됐다.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스타 요한 크루이프는 "몸무게를 금으로 환산할 만한 값어치를 지닌 선수"라고 카위트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베르트 판마르베이크 네덜란드 감독은 "라파엘 베니테즈 리버풀 감독이 출전 명단에 그의 이름을 가장 먼저 적는 이유를 알 것 같다"는 말로 카위트의 가치를 설명했다.
우루과이전에 4-2-3-1 포메이션의 왼쪽 날개로 나선 카위트는 활화산 같은 에너지로 네덜란드의 승리를 이끌었다. 영국 축구전문사이트 스카이스포츠는 우루과이전에서 카위트에게 '분주히 뛰어 다녔다'는 평가와 함께 최고 평점인 8점을 부여했다. 전반 3분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공격의 포문을 연 그는 2-1로 앞선 후반 28분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려 로번의 결승골 발판을 만들었다.
미드필더 마르크 판 보멀(바이에른 뮌헨)은 네덜란드의 결승 진출을 도운 '빛나는 악역'이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판 보멀은 넘치는 투지와 강력한 태클로 상대 선수들 압박하며 동료 공격수들이 파고 들 공간을 만들어냈다. 우루과이전에서 판 보멀은 전반 18분 판 브론크호르스트의 선제골이 터질 때도 보이지 않는 수훈을 세웠다. 상대 수비수 왈테르 가르가노와 몸싸움을 펼쳐 스네이더르 등 동료들이 자유롭게 볼을 돌릴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
네덜란드의 '실리 축구'는 카위트, 판 보멀 같은 '이타적인 선수'의 존재로 가능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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