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6남매를 모두 우등생으로 키운 가정을 소개하면서 그 비결이 ‘아침밥’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아침밥이 건강은 물론 뇌 활동에 필수라는 것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청소년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아침밥을 거르고 있다. 우리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아침밥, 어떻게 챙겨야 할지 알아본다.
아침밥, 뇌 활동의 원동력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식탐이 많은 장기다. 하루에 뇌가 소모하는 에너지는 400㎉ 정도.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움직이는 심장도 하루 에너지 소비량이 140㎉ 정도에 불과하다. 수천억 개의 뇌 신경세포를 움직이려니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양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뇌에서 탈이 난다.
서유헌 서울대 의대 약리학 교실 교수는 아침밥을 꼭 먹어야 하는 이유를 다음의 3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체온을 올리기 위해서다. 사람은 수면 중에 체온이 떨어지면서 뇌 활동이 둔해진다. 오전 중에 뇌 활동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려면 수면 중에 떨어진 체온을 올려야 하는데, 그 준비 작업이 아침밥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조사한 결과, 아침밥을 거르는 학생의 70%가 체온이 35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오전 내내 뇌의 시상하부 속 식욕 중추가 계속 흥분 상태에 있어 신체가 생리적으로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이 식욕 중추의 흥분을 가라앉히려면 탄수화물을 섭취해 혈당을 높여야 한다.
셋째, 에너지를 만들고 대사활동을 촉진하는 부신 피질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규칙적으로 분비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호르몬은 식사를 할 때마다 조금씩 나오기 때문에 식사습관이 불규칙하면 신체의 리듬이 깨지는 원인이 된다.
아침에 먹으면 더 좋은 브레인 푸드
뇌에 좋은 식품이 딱히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등 기본 영양소에 각종 비타민과 칼슘, 철분을 골고루 ‘풍부’하게 섭취하는 것이 몸은 물론 뇌 건강에도 좋다. 하지만 아침밥에 5대 영양소를 꼭꼭 챙겨 먹기는 어렵다. 이럴 때 먹으면 좋은 양질의 브레인 푸드를 소개한다.
가장 대표적인 브레인 푸드는 콩이다. 콩은 뇌 발달에 없어서는 안 될 콜린과 레시틴을 식물성 식품 중에서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다. 레시틴과 콜린은 뇌에 들어가서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집중력을 높이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 이 밖에도 콩은 식물성 단백질과 복합당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뇌의 에너지 공급원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뇌 기능을 향상하는 데는 DHAㆍEPA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필수다. 오메가3 지방산은 뇌 세포막을 구성해 뇌에 영양을 공급하고 뇌신경이나 혈관의 세포막을 만들 뿐만 아니라, 아세틸콜린을 활성화하는 역할도 한다. 실제로 많은 학자들이 오메가3 지방산이 부족하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치매 등 정신질환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연어와 참치, 고등어 같은 등푸른생선에 다량 함유돼 있으며, 특히 생선 껍질 쪽 검은색 살 부위에 많다. 다만 DHA는 지용성이므로 조리법에 주의해야 한다. 생선을 구울 때는 기름을 발라 굽지 말고 센 불에서 빨리 굽거나 알루미늄 호일로 싸서 굽고, 튀길 때는 튀김 옷을 두껍게 하는 것이 좋다. 콩과 들깨에도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데, 특히 들깨에는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는 ALA(알파리놀렌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사람의 뇌는 신체기관 중 지방 비율이 가장 높은 기관이어서 활성산소 공격을 받아 산화되기 쉽다. 따라서 뇌 손상을 막으려면 항산화제인 비타민 E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줘야 한다. 비타민 E는 호두, 잣, 땅콩 등의 견과류와 호박씨, 해바라기씨 등 씨앗류에 다량 함유돼 있다. 아울러 단단한 견과류를 씹어먹다 보면 뇌 혈류량이 늘어나 뇌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이밖에 무ㆍ감자ㆍ고구마ㆍ당근ㆍ우엉ㆍ연근 등 뿌리식물과 바나나, 잘 익은 김치 등도 뇌 활동에 도움이 되는 브레인 푸드로 꼽힌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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