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햇빛을 적당히 쬐면 피하지방 속의 콜레스테롤이 바타민 D로 바뀌어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많이 쬐면 기미나 주근깨 등 피부 트러블뿐만 아니라 햇빛 화상, 피부 노화, 피부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피부가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면 피지가 산화되고, 각질이 빨리 생겨 탄력성이 떨어진다. 강한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는 자외선차단제라고 해도 무조건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떻게 발라야 좋은지 알아본다.
차단지수 낮은 것을 듬뿍, 2~3시간마다 덧발라야
자외선은 파장이 긴 것부터 자외선 AㆍBㆍC 등으로 나뉜다. 피부에 가장 치명적인 것은 자외선 C이다. 다행히 대부분 오존층에 흡수돼 땅에 도달하지 않으므로 환경보호만 잘 실천하면 자외선 C를 걱정할 일은 없다. 문제는 자외선 A와 B다.
자외선 A는 긴 파장의 광선으로 세기는 약하지만 침투력이 좋아 유리창을 통과한다. 실내나 자동차 안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 자외선 A는 연중 일정하게 쬐며, 안개 낀 날이나 흐린 날에도 인체에 영향을 준다. 날씨에 관계없이 연중 내내 자외선차단제를 발라야 하는 이유다.
자외선 B는 짧은 파장의 고(高)에너지 광선으로 자외선 A보다 세기가 훨씬 강해 단시간에 화상을 입히므로 '화상 광선'이라고 불린다. 조사량은 여름이 겨울보다 6~7배 많지만 유리창을 통과하지는 못한다.
자외선 A와 B의 성격이 다르므로 이에 맞서 쓰는 자외선차단제도 다르다. 자외선 A를 차단하는 능력은 '자외선 A 차단지수(PA)'로 표시한다. 그 옆에 +를 1~3개까지 붙여 효과 정도를 나타낸다. +는 차단제를 사용하면 아무 것도 바르지 않았을 때보다 2~4배, ++는 4~8배, +++는 8배 이상 보호된다는 의미다. 자외선 B를 차단하는 능력은 'SPF(Sun Protection Factor)'다. 수치가 높을수록 차단 시간이 길어진다. 개인차가 있지만 맨살로 15분 뒤에 홍반이 나타나는 사람이 SPF를 사용하면 225분(15X15), SPF 30를 사용하면 450분(15X30)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계절과 피부의 민감도에 따라 자외선 차단지수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즉, 일상생활에서는 'SPF 15~20, PA+' 정도가 적당하다. 실외에서의 간단한 스포츠나 야외활동이 많다면 'SPF 30, PA++'를, 휴양지에서 해양스포츠나 스키ㆍ등산 등 장시간 강한 자외선에 노출될 경우에는 'SPF 30 이상, PA++~PA+++'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임이석 신사테마피부과 원장은 "자외선차단제가 차단막을 형성하려면 15~3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30분 전에 발라야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있다"며 "차단지수가 높은 것을 한 번 바르기 보다는 낮은 것을 자주, 듬뿍, 최소한 2~3시간마다 덧바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녀에게는 어떤 자외선차단제 쓸까?
자외선차단제에 포함된 옥시벤존, 아보벤존, 파바, 옥틸메톡시시나메이트, 옥틸살리실레이트 등의 화학 성분이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자녀를 둔 부모들을 근심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피부가 연약한 아이들도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유익하다고 피부과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이현경 을지병원 피부과 교수는 "20세 이전에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면 피부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므로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낫다"며 "하지만 자외선차단제를 바를 때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물리적 차단제'를 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얼굴에 발랐을 때 하얗게 뜨고 씻기 힘들다면 물리적 차단제로 볼 수 있다. 자외선차단제에는 자외선을 흡수하는 화학물질을 사용한 '화학적 차단제'와 피부에 막을 형성해 자외선을 반사하는 '물리적 차단제' 등 2가지가 있다.
따라서 어린이용 자외선차단제는 'SPF 15~25, PA++' 정도가 적당하다. 외출 시에는 'SPF 30 이상, PA++ 이상'인 제품을 바른다.
곽호 디바인피부과 원장은 "자녀 피부가 건성이거나 중성이라면 크림 타입, 지성이라면 로션 타입, 땀을 많이 흘리는 어린이라면 스프레이 타입의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보통 얇게 펴 바르는데 양이 적으면 차단지수만큼 효과를 얻을 수 없다. 피부에 막이 씌워진 느낌이 들 정도로 바르면 적당하다.
어린이는 조그마한 자극에도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자외선차단제는 생후 6개월부터 사용한다. 생후 6개월이 되지 않은 아기는 외출을 삼가거나 옷 등을 감싼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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