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만들기 좋아하는 서방 언론들은 2007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를 ‘맨세션(Mancession)’이라 명명했다. 남성(Man)과 침체(Recession)를 합한 조어로 이번 경제위기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대상이 남성들이라는 의미다.
6일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미국에서 사라진 일자리 1,100만개 가운데 3분의2가 남성들의 자리였다. 지난해 8월 미국 남성 실업률은 11.0%로 여성(8.3%)에 비해 2.7%포인트 높았는데, 2차대전 이후 가장 큰 격차였다.
남성들에게 더 큰 문제는 앞날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경기 침체의 희생자는 남성이었지만 경기 회복의 수혜자는 여성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에서 여성 파워의 급성장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현재 미국 가구의 3분의2가 이미 여성들이 생계를 혼자 또는 남편과 공동으로 책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소비의 83%, 은행계좌의 89%, 개인자산의 51%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 2000년 이후 생겨난 800만개 일자리 중 75%를 여성들이 차지했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저임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경제학자들은 2024년이면 미국과 일부 부유한 유럽 국가에서 여성 평균임금이 남성을 앞지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려는 각국이 여성의 역할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쏟음에 따라 가속화하고 있다. 기업들도 양질의 교육을 통해 배출된 여성 노동자가 가진 잠재력에 가장 큰 희망을 걸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고용시장에서의 남녀 차별이 사라질 경우 미국 경제가 최대 9%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은 최근 “앞으로 5년 뒤 경제가 회복할 때 25~54세 남성 6명 중 한 명은 일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다행인 남성에게 희소식은 향후 경기 회복 시기에 펼쳐질 ‘여성 시대’의 주인공을 아내로 두고 있는 경우라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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