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일본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영유권을 다투는 남쿠릴열도 이투루프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이를 정식 발표까지 해 양국간에 미묘한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달 말부터 실시하고 있는 대규모 군사훈련 ‘보스토크 2010’의 일부를 러시아가 점유하고 있지만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쿠릴열도 4개 섬 중 최대인 이투루프에서 실시했다고 4일자로 발표했다.
상륙한 가상 적을 바다로 몰아내기 위한 정찰, 수색, 전차ㆍ자주포부대 포격 등 기동 연습을 중심으로 한 이번 훈련에는 1,500명의 병력과 군용차량 200대가 참가했다. 이투루프에는 러시아군 훈련장이 있어 옛소련 시절에는 공정부대의 강하훈련 등을 실시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대규모 훈련이 없었다. 특히 소련 붕괴 후 최대 규모로까지 알려진 이번 훈련을 러시아가 양국 갈등을 부를 줄 뻔히 알면서 공식 발표까지 한 것은 일본의 반환 요구를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일본 언론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무장관은 6일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없던 일이어서 매우 유감이다”고 러시아를 비난했다. 일본 외무성은 또 모스크바 주재 일본대사관을 통해 러시아 정부에도 항의했다. 오카다 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훈련 범위가 “이투루프 훈련장까지 포함한 것이라면 일본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훈련 자숙을 요청했었다.
남쿠릴열도 영유권 문제는 러일 정상회담에서도 “현 세대에서 결론 내자” “정상끼리 진전을 보자”며 문제 해결 원칙에만 의견을 같이할 뿐 결론을 내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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